네이버웹툰(네웹)은 지난달부터 신진 작가와 신작 발굴을 위한 공모전인 ‘2024 네이버웹툰 지상 최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논란이 된 작품은 ‘이세계 퐁퐁남’이라는 웹툰이다. 바람을 핀 아내에게 당해 세간에서 말하는 ‘퐁퐁남’이라는 걸 깨닫게 된 남자가 이세계(다른 차원의 세계)로 간다는 내용이다.
퐁퐁남은 과거에 여러 남자를 만나고 다닌 여자와 결혼한 기혼 남자를 설거지 할 때 필요한 세제에 비유한 온라인 은어다. ‘문란한 여자’를 마지막으로 ‘설거지’한 ‘순진한 남자’라는 조롱이 깔려 있다. 성별 갈등을 유발하는 전형적인 혐오 표현이기도 하다. 공개된 웹툰에는 바람을 펴 놓고도 가정폭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자해하며 뒤에서 웃는 여성 캐릭터, ‘현행법이 지나치게 여자에게 유리하다’는 등장인물의 대사 등이 등장한다.
해당 작품은 네이버웹툰 편집부의 1차 심사를 통과하고, 2차 심사를 앞둔 상황이다. 2차 심사를 거치면 최종 수상작이 결정된다. 주말 사이 SNS(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성별 갈등과 혐오를 부추기는 작품을 네이버가 걸러내지 않고 통과시켰다’며 논란이 커졌다. 네이버웹툰에 항의글을 남겼다는 ‘인증글’도 다수 게시됐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해당 작품이 1차 통과된 이유에 대해 “1회차의 내용만으로 결격사유가 없었다. 이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고 있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도전만화나 베스트 도전 작품 중 너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이 담겨 신고가 들어오면 블라인드 처리나 삭제 등 조치를 취한다”며 “다만 공모전이 진행 중인 작품이다보니 작가에게 수정 요청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창작의 자유를 고려해 웹툰 관련 민원은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 민원을 이첩하는 ‘사후 자율규제’로 하고 있다. 웹툰자율규제위원회가 민원 검토 결과를 협약사(네이버웹툰 등)에 전달하면 협약사가 조치 후 위원회로 다시 회신하는 절차다.
이 과정에서 협약사인 플랫폼이 콘텐트의 유통 창구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최근 5년간 웹툰 민원 신고 접수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5년간 총 1028건의 민원이 접수됐으나, 이 중 자율규제 조치를 받은 건수는 495건에 불과했다.
결국 플랫폼이 창작의 자유와 혐오표현·선정성 규제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느냐가 과제다. 네웹은 지난 6월 웹툰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글로벌 콘텐트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성상민 만화평론가는 “공모작이라는 게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고, 만화가 정돈된 표현만 쓸 수는 없다”면서도 “문제가 된 표현들을 보면 작가가 ‘선’을 넘은 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네웹이 자사에 올라오는 콘텐트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