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조항의 효력이 일시 정지됐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으로, 헌재의 기능 마비를 우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14일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 중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임기만료로 퇴직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가 된 경우에 적용되는 부분의 효력을 이 위원장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청구사건의 선고 시까지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오는 17일 퇴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회는 후임 재판관을 선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18일부터는 재판관이 6명으로 줄어 기존 법 조항에 따르면 헌재 심리 자체가 불가능해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지난 8월 국회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위원장은 지난 11일 헌재에 해당 조항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재판관 정족수 부족으로 인해 자신의 탄핵 심판이 무기한 연기되는 것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만장일치로 인용한 헌재는 결정문에서 “임기제 하에서 임기만료로 인한 퇴임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임에도 재판관 공석의 문제가 반복해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7명의 심리정족수에 대한 직무대행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 장치도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으로 헌재는 재판관 6명으로도 사건 심리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는 임시 조치다. 헌재는 본안 사건인 헌법소원심판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만 해당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로써 헌재의 기능 마비 우려는 일단 해소됐지만, 재판관 공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의 필요성은 계속해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