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G-STAR) 2024’에서 크래프톤이 내년 3월 정식 출시하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일렉트로아츠(EA)의 ‘심즈(Sims) 시리즈’ 이후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에 국내 게임사가 도전한 것인데, 사실적인 그래픽과 다양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으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15일 부산 벡스코(BEXCO) 지스타 제1전시관에 마련된 크래프톤 부스에서 인조이 게임을 체험해 봤다. 이 게임은 ‘조이’로 불리는 게임 속 캐릭터를 게이머가 자신의 취향대로 설정해 가상의 인생을 경험하는 내용이다. 조이(ZOI)는 그리스어로 ‘삶과 함께하는’이란 뜻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캐릭터의 나이와 얼굴형, 머리 스타일, 체형, 의상 등을 선택하게 된다. 2000년대 싸이월드의 ‘아바타’나 몇년 전 유행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3D로 구현된 캐릭터는 체형의 근육과 비만도 수준까지 조정할 수 있고, 손톱 디자인 등 디테일한 옵션을 제공한다. 캐릭터를 생성하는데 모두 250개 이상의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나아가 게이머는 ‘통솔자’, ‘독선자’, ‘완벽주의자’, ‘사랑꾼’, ‘야심가’ 등 모두 18개로 분류된 성격적 기질과 ‘평온한 삶’, ‘도전하는 삶’, ‘성장하는 삶’ 등 10가지 소망하는 삶 가운데 하나씩을 골라 캐릭터의 인생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이후 캐릭터가 살고 싶거나 관리하고 싶은 가상의 도시를 한 곳 선택하면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다. ‘조이’에게는 가상 세계의 화폐 단위인 ‘뮤’로 계산한 5만뮤가 주어진다. 서울을 모티브로 한 가상의 도시 ‘도원’에선 3~4인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 한 채 가격이 2만5000뮤다. 기자는 이 돈을 내고 도원시에 있는 ‘가야아파트 105동’을 이사할 집으로 골랐다.

게이머는 조이를 통해 자신이 살고 싶은 캐릭터와 삶을 구현할 뿐만 아니라 도시의 날씨와 조경, 전광판 속 광고 등도 조물주처럼 바꿀 수 있다. 클릭 한 번이면 이팝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등으로 도심 가로수를 바꾸는 ‘도시 꾸미기’도 가능하다.

인조이의 가장 큰 매력은 몰입감을 높이는 사실적 그래픽이다. 3D 게임 엔진인 ‘언리얼 엔진5’로 개발돼 한국의 피시(PC)방, 편의점, 간판 등의 모습을 실감 나게 구현했다. 아파트 공동출입문과 주택가 등도 한국의 풍경을 그려냈다. 야외공원 개울물의 빛반사나 도심 빌딩의 그림자 등도 섬세하게 묘사됐다. 특히, 온 디바이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캐릭터의 의상과 소품, 집안 가구의 디자인 패턴 등을 만들 수 있다.

인조이는 내년 3월28일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을 통해 피시 버전 게임을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