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문학상은 한국 소설가 한강에게 돌아갔다. 아시아 여성으로서 첫 수상이자 유색인종 여성으로서 두 번째 수상이다.

10일(현지시간) 노벨상 위원회에 따르면 올해까지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총 121명으로, 여성 수상자는 한강을 합쳐 18명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 여성이 수상한 것은 한강이 최초다.

유색인종으로서는 1993년 수상한 흑인 작가 토니 모리슨에 이어 두 번째다. 1945년 수상한 남미 작가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은 칠레 출신 혼혈 백인이었고, 2007년 수상한 도리스 레싱은 이란 태생이나 영국인 부모를 둔 백인이었다.

AP통신은 “그간 노벨 문학상은 가벼운 스토리에 스타일 강한 문장을 구사하는 유럽, 북미 작가들에게 집중됐다는 비판에 시달렸다”며 “또한 남성중심적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백인, 남성이 주류인 세계 문학계에서 아시아 여성 작가인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뜻 깊은 일이라는 뜻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 이유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 강렬한 시적 산문 남긴 한국 작가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했다”며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고리에 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다.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했다.

안나-카린 팜 노벨문학상 선정 위원회 위원은 수상 발표 후 인터뷰에서 “한강은 많은 장르를 아우르는 복잡성과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어구를 구사하는 작가”라며 “(작품에서) 뛰어난 주제를 연속성 있게 이어가면서도 특색 있는 변조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한강의 작품 중 어떤 것을 가장 먼저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2014년 출간한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영문 제목 Human Acts)를 꼽았다. 한강은 한 인터뷰에서 “압도적 고통으로 써내려간 작품”이라고 창작 과정을 회고한 바 있다.

이 작품을 꼽은 이유에 대해서는 “19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감동적이면서도 끔찍한 이야기”라며 “트라우마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지를 다룬, 역사적 사실을 아주 특별하게 다룬 작품”이라고 했다.

한강은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등단했다. 2005년에는 작품 ‘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을, 2016년 ‘채식주의자’로 작품을 영문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와 함께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