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처음으로 북한군 파병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 그의 언급은 향후 한국 정부와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확대, 병력 파견 여부 등의 대응 수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푸틴은 때가 되면 북·러 간 합의에 포함된 군사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신흥경제 5국)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북한군 파병과 쿠르스크 격전지 배치 여부를 묻는 미국 기자 질문에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파병 정황이 담긴 위성사진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위성사진은 진지한 것”이라며 “만약 사진들이 존재한다면 그건 무언가 (사실을) 반영한다는 게 틀림없다”고도 했다. 이어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비준한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상호 군사원조 관련 조항이 있다면서 “이 조항을 통해 우리가 무얼 어떻게 할지는 우리의 일”라고 덧붙였다.

또 푸틴 대통령은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북한은 때가 되면 양국 간 합의에 포함된 군사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적용할지 말지, 필요로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우리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미를 제외한 서방 진영 국가들 가운데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등 우방과 협력해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 결과,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 동부에 파견돼 훈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북한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가담할 가능성을 포함해 심각하게 우려하며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하야시 장관은 “최근의 북·러 군사협력 진전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정세 악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일본을 둘러싼 지역 안보에 미치는 관점에서도 심각히 우려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은 북한군의 첫 번째 병력이 쿠르스크 격전지를 포함한 전장에 이미 배치됐다는 우크라이나군의 주장이 나왔다.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은 쿠르스크에서 전날 북한군이 목격됐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이 보도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6일 진입해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러시아군과 치열하게 교전하고 있는 지역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장성 3명, 장교 500명을 포함해 북한군 1만2000명이 러시아에 있고, 러시아 동부 5곳의 군기지에서 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우크라이나군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병사 2000여명이 훈련을 마치고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서부로 이동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전장에 배치됐다는 우크라이나군 주장에 대해 “해당 보도와 관련해서 밝힐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파병 북한군 상황에 대해) 업데이트할 게 없다”면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밝힌 대로 파병은 증거가 있으며 그들이 정확히 무얼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만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