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의회와 연방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각종 조치를 통해 자신이 이끌 차기 정부에서 백악관에 권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 기관들의 권력 구조를 실질적으로 재편해 백악관의 ‘그립’을 키우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상원의 내각 인준 권한과 의회의 예산 편성 권한을 손질하겠다고 공언했다. 내각 인준과 예산 편성은 의회의 가장 핵심적 권한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선 상원의 인사 검증 과정을 우회해 내각을 구성하는 ‘휴회 임명’ 카드를 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게 되면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은 맷 게이츠 법무부 장관 지명자 등 논란이 된 인사들의 내각 합류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휴회 임명은 공백을 채우기 위한 예외적 조치로 최대 2년까지만 공직을 유지할 수 있고 위헌 논란도 있지만 임기 초반 내각 구성을 트럼프 당선인의 의지대로 밀어붙일 수 있다.

의회 예산 편성권한에 대해서는 의회가 통과시킨 예산을 대통령이 임의로 불용하지 못하게 한 ‘지출유보 통제법’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예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이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당했던 바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권 경쟁자였던 조 바이든 부자를 수사하라고 압박했다가 통하지 않자 ‘지출 유보’ 명목으로 안보 지원을 중단해 문제가 됐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대통령에게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헌법적 권한이 있다”며 이 법의 위헌성을 강조해왔다.

기업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비벡 라와스와미가 함께 이끌게 된 신설 조직 ‘정부효율부’가 정부 예산을 감축해 작은 정부를 추진하는 데 힘을 더하기 위해서도 이 법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화당 상원의 예산 담당 수석보좌관을 지낸 빌 호글랜드는 WSJ에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돈의 권력을 이동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방정부 요직에는 자신의 결정에 반기를 들지 않을 ‘충성파’들을 채우고 군에 대한 장악력도 강화하는 것 역시 백악관의 권한을 키우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군내 다양성 확대를 추진하는 장성들을 ‘워크(woke) 장군’이라고 비하하며 해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여기에 더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연방통신위원회(FCC) 등에 대한 통제 강화와 일부 방송사에 대한 면허 취소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전략가 애덤 젠틀슨은 이러한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에 대해 “전례 없는 수준의 통제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