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인상을 압박하고 나서자 폴란드가 이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가 트럼프 당선인과 유럽 사이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며 폴란드는 국방비로 GDP의 5%를 지출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기준은 GDP의 2%다. 하지만 회원국 32곳 중 이를 준수하고 있는 국가는 23곳에 불과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때문에 나토가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선 나토 국방비 기준을 현행 2%에서 5%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코시니악카미시 장관은 트럼프의 목표치는 나토에 ‘중요한 경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달성하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를 무리하다고 비판해선 안 된다”며 “이런 목표를 세워두지 않으면 (국방비 지출이) 정말 필요한지 더 논쟁할 국가들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폴란드는 지난해 GDP 대비 4.12%를 국방비로 지출했으며 올해는 4.7%로 늘릴 계획이다. 코시니악카미시 장관은 “우리는 많은 것을 샀지만 (러시아와 가까운) 우리의 지리적 상황을 고려하면 투자와 장비 구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 내에선 트럼프의 국방비 인상 압박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일수록 국방비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관점이 적지 않다. 과거 소련에 소속됐던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의 크리스텐 미할 총리는 8일 폴리티코에 “(국방비 증액은) 에스토니아가 수년간 주장해 온 메시지”라며 “이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나토를 시험해선 안 된다는 분명한 신호를 준다”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는 올해 GDP의 3.7% 국방비를 지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나토에 가입한 스웨덴도 국방비 증액을 염두에 두고 있다. 스웨덴의 지난해 국방비는 GDP 대비 2.1% 수준이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12일 스웨덴 셀렌에서 열린 연례 안보정책포럼 개회사에서 “방위력을 증강·확장하기 위한 추가 조처가 요구될 것이라는 점을 전혀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함께 나토에 가입한 핀란드의 페테리 오르포 총리도 전날 YLE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유럽을 방어하는 데 사용된다면 유럽의 공통된 기금을 활용해 방위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방어는 서부나 남부가 아닌 핀란드를 비롯한 발트해 지역과 폴란드를 비롯한 동부 지역에서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유럽 국가는 예산 부족에 2% 목표에 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내 주요 강국이 이런 상황에 놓여있다. 이탈리아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과 강력한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국가부채 및 공공 지출 증가 등으로 인해 나토 목표에 미달한 상태다. 기도 크로세토 국방장관은 “5%는 불가능하다.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2028년 2%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스페인은 1.28% 수준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지난해 기준 2%를 넘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가 예산 편성 과정이 지연되며 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올해 초 총선이 예정된 독일도 국방비 2% 목표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태다. 유력한 차기 총리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교민주연합 대표는 “2%, 3%, 5%는 무의미하다. 우리 자신을 방어하는데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며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방비 지출을 2.5%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영국도 명확한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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