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관세로 노리는 1순위 지역은 유럽연합(EU)으로 보인다. 한국과 대만은 3순위 정도로 예상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한 달을 맞은 가운데 전세계가 자국이 ‘무역전쟁’의 십자포화를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멕시코·캐나다·중국을 향해 관세전쟁을 선포했고, 다음달 상호 관세를 통한 자동차·반도체·의약품·목재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트럼프의 무차별 관세폭격을 두고 미국 내 보수 진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지난달 30일 관세전쟁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 현지 언론의 주목받았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데릭 시저스 AEI 수석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관세 정책이 모두 실현될 경우 완전히 엉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저스 연구원은 지난 19일 헤럴드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표적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부당한 무역 피해가 발생한 경우 “기존의 무역 규정에 기반해 대응하지 말고,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시저스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취임 한 달, 어떻게 평가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캐나다·멕시코를 (관세로) 공격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전략적이지도, 경제에 도움되지도 않은 무역정책이다. (정부효율부(DOGE)를 활용해) 정부 지출을 줄이려는 시도는 높게 평가한다. 다만, 지금 너무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부과를 위해 국가별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하나.
▶현실적으로 미국 정부가 몇 달 안에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비관세 장벽(할당제, 수량제한 등 관세를 제외한 모든 무역 제한 조치)을 다 평가할 수 없다. 몇 년이 주어진다 해도 물리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무역적자를 유발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특정 사례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꼽히는 국가, 그중에서도 미국산 제품을 제한하는 비관세 장벽을 가진 국가는 공격받기 쉽다.
-트럼프 정부는 ‘비관세 장벽’까지 언급했다. 상대적으로 저관세인 한국과 일본 등도 사정권으로 보나.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관세로 노리는 1순위 지역은 유럽연합(EU)으로 예상한다. 또한 무역적자 원인으로 지목된 베트남이 위험하고, 한국과 대만은 3순위 정도로 예상한다. 언급된 아시아 국가 모두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로, 미국과의 무역으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가 교역국과 협상 여지를 남겼다는 시각도 있다.
▶ 트럼프 행정부의 인준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짧은 기간 동안 정부가 여러 국가와 협상할 수는 없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처럼 주목받을 만한 분야를 찾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이다.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지 않으면 내년에 또 이 문제가 다시 발생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하는 것을 얻어야 관세전쟁을 멈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보다 높은 관세를 유지해 미국에 피해를 준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관세 위협으로 이웃 국가의 양보를 어느 정도는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더 많은 국가가 보복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정선에서 끝낼 수 있는지, 언제쯤 합리적인 수준을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전 세계 자유무역의 패러다임 바뀔 것으로 예상하나.
▶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 무역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트럼프가 앞으로 미국이 치러야 할 비용은 축소해서 말하고, 단기 이익은 과장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이 문제 있는 몇몇 국가를 효과적으로 골라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국가를 표적으로 삼으면 미국 경제에 해를 끼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는 자신의 정책 일부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발(發) 물가상승은 일시적이고, 궁극적으로 미국 산업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이 관세 때문에 물가가 무한정 치솟진 않는다. 하지만 관세 정책이 계속되는 한 인플레이션은 계속된다. 잠시 오르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주장처럼 관세 덕분에 일부 미국 산업을 부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 모든 주요 산업을 번성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산업이 번창하려면 최소 몇 년이 걸린다.
-한국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다. 자동차와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타격이 크다.
▶특정 상품에 대한 관세를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한국은 부유한 국가고, 대미 수출로 인한 손실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그보다 전 세계적으로 무역이 위축되는 상황을 더 걱정해야 한다. 국가들이 서로 물건을 수입하지 않으려 하고, 팔리지 않은 물건이 많아질 수도 있다.
-트럼프 1기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 등에 관세가 부과했다. 당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시간이 걸리고 실효성도 의문이다.
▶한국은 미국의 사소한 무역 피해를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화가 나겠지만 대항할 경우 더 많은 보복을 부를 수 있다. 중요한 건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때다. 기존의 무역 규정에 기반한 대응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