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재선이 확정됨에 따라 정보기술 산업계에도 상당한 변화와 파장이 예고된다. 선거운동 기간에 트럼프 후보를 후원하고 지지했는지 여부, 트럼프가 선거 공약에서 육성 또는 규제를 밝힌 대상인지, 또 트럼프와 직접적 이해관계나 갈등 여부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비지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은 트럼프 재선이 정보기술 업계에 끼칠 변화와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6일 미국 주식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15% 폭등하며 1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7만6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시장은 이미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도박 대성공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재선으로 가장 혜택을 볼 기업인으로 꼽힌다. 트럼프를 공개 지지해온 머스크는 선거기간에 트럼프 캠프에 1억3000만 달러(약 1800억원) 넘는 후원금을 내고 펜실베이니아주 등 경합 주에서 타운홀 미팅을 열고 날마다 100만 달러 복권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선을 넘는’ 선거운동을 펼쳐왔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선거 관련 음모론과 왜곡정보를 퍼뜨리고 증폭시킨 대표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지난 6일 대선 승리를 선언하면서 “머스크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새로운 스타”라며 자신의 최대 기부자인 머스크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트럼프 차기대통령의 가장 영향력있는 고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재정 개혁을 담당하는 정부효율성위원회를 만들고 머스크에게 수장을 맡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머스크도 호응해왔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을 크게 방해하고 있는 방대한 연방 관료조직을 줄이고 싶다. 정부를 위해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민간 부분에서 더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며 “모든 정부기관을 포괄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스페이스엑스(X), 엑스에이아이(xAI), 뉴럴링크를 소유한 머스크는 개인적 이해관계가 얽힌 첨단 산업분야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열풍
트럼프는 한때 암호화폐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지난 1년 새 열혈 지지자로 바뀌었다. 암호화폐로만 100억원 이상의 기부금을 받았고 업계가 원하는 선거 공약을 제시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소송을 당하거나 조사를 받던 사안들이 취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5일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사상 최고치인 7만5000달러를 돌파했다. 일론 머스크는 비트코인·도지코인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거액 보유자이기도 하다.

트럼프 차기대통령은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독점 정책을 펼쳐온 바이든 행정부의 인사를 대부분 교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빅테크의 저승사자’라 불릴 정도로 구글·애플·메타·아마존 등에 대한 반독점 규제정책을 펼쳐왔는데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머스크는 칸 위원장에 대해 “곧 해고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반독점 정책이 바뀐다고 해도 구글은 혜택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밴스 후보는 그동안 구글이 보수주의에 대해 편파적이라고 비난해왔으며, 트럼프는 첫 임기때 구글 해체 시도를 지지한 바 있다.

인공지능 정책
트럼프는 선거기간 인공지능에 대해 뚜렷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머스크, 벤처투자가 마크 앤드리센 등은 인공지능 산업을 둔화시킬 수 있는 모든 규제를 반대해온 사람들이어서 이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인공지능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대표적 산업이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힘을 실을 수 있다. 한편 머스크는 엑스에이아이·뉴럴링크를 소유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류 실존 위기에 대해 우려하며 인공지능 모델의 안전성 규제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소셜미디어 정책 변화
트럼프 당선에는 머스크가 2022년 10월 440억 달러에 인수한 트위터의 역할도 상당했다. 머스크 인수 뒤 트위터는 엑스로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게시글의 내용과 정치적 방향도 급변했다. 머스크는 엑스에서 2억명 넘는 팔로워를 두고 트럼프 지지활동을 열렬히 펼쳤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투표 전 한 달 동안 하루평균 100건 넘는 글을 올렸고 선거 전날인 지난 5일엔 200건 넘게 게시글을 쏟아냈다. 트럼프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5일 팟캐스트에서 “일론 머스크가 엑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았다면 이번 선거는 접전조차 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들도 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대형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트럼프 2기행정부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친정부적으로 선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키자, 트럼프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영구정지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저커버그를 향해 “용서하지 않겠다”며 “감옥에 보내겠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저커버그는 입장을 바꿔 지난 7월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되살렸다.

한편 틱톡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축출 대상이자 올해 미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따라 내년 1월까지 퇴출당할 예정이었는데, 정반대 상황이 펼쳐질 전망이다. 틱톡의 운영사 바이트댄스는 강력한 로비를 펼쳤고, 트럼프는 미국에서 틱톡을 살리겠다고 선거기간에 약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