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우파 정부가 ‘탈원전’ 35년 만에 원전 재도입을 추진한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민투표를 통해 두 차례나 결정됐던 국가 에너지 정책을 뒤집는 행보다.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이탈리아 환경에너지부 장관. EPA연합뉴스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이탈리아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인터뷰에서 10년 안에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가 가동될 수 있도록 SMR 투자 허용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50년까지 전체 전력 소비량의 11% 이상을 원전이 담당하도록 할 것이라는 계획도 내놨다. 피케토 프라틴 장관은 이 같은 방안이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기술은 청정에너지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지속성 확보를 위해 핵에너지가 전력공급의 한 부분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안전성과 장점을 지닌 신기술이 나온 터라 그동안 여러 차례의 국민투표에서 드러난 원전을 향한 국민적 혐오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1960년대와 1970년대까지만 해도 4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야심 찬 원전 확대 계획까지 수립하는 등 원전 활용에 적극적인 국가였다. 이 시기 한때 세계 4위의 원전 대국이었을 정도다. 그러나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국민투표를 거쳐 ‘탈원전’으로 정책 방향을 급선회했다. 당시 운영되던 원전 4기는 즉각 가동이 중단됐고 1990년 마지막 원자로가 폐쇄됐다. 이런 과감한 행보를 통해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의 탈원전 국가로도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