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좀체 힘을 쓰지 못하면서 대표 지수와 종목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당장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ETF만 해도 올해 8월 5일 블랙먼데이 사태 직전에 비해 35%가량 증가했다. 글로벌 증시에서도 유독 한국 증시의 낙폭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 외면도 커져 상장 유지를 위한 순자산 마지노선에도 못 미치는 ETF가 속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다.

10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순자산 총액이 50억 원 미만인 ETF는 8월 2일 61개에서 이달 6일 기준 82개로 무려 34.4% 증가했다. 대폭락 사태 당일인 지난달 5일 77개보다도 더 불어난 수치다. 한국거래소는 상장된 지 1년이 지난 ETF들 중 반기 말 기준 순자산이 50억 원 미만에 해당되는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다음 반기 말까지 이 상태가 지속되면 해당 ETF는 상장폐지된다.

지난해 말만 해도 순자산이 50억 원 미만인 ETF는 43개에 불과했다. 이 중 절반가량인 22개 ETF가 올 상반기 상폐됐다. 하지만 지난달 급락장 이후 국내 증시가 좀처럼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하면서 올 하반기 이날까지 10개 ETF가 추가로 상장폐지됐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면서 앞으로 상폐 대상에 오를 ETF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코스피가 2523.43까지 빠지는 등 국내 증시가 크게 쪼그라들면서 거래량이나 거래 대금도 급감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시장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9조 2247억 원(9일 기준)으로 올 8월 10조 6158억 원, 7월 12조 337억 원 대비 크게 낮아졌다. 설상가상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투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TF 순자산은 ETF를 구성하는 주식의 가치가 하락했을 때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ETF에서 투자금을 인출하는 경우에도 줄어들 수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ETF를 관리하기 위해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 대금이 낮으면 ETF가 가진 본연의 장점인 환금성이나 유동성이 발휘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반적인 주식 종목과 달리 ETF는 상장폐지되더라도 순자산 가치에서 세금과 보수를 차감한 해지 상환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ETF를 투자할 때는 수익률, 운용 보수뿐 아니라 거래량, 순자산 총액 등도 함께 따져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