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대 아프리카 케냐에서 사람 수십 명을 공격한 ‘차보 식인 사자'(Tsavo Man-Eaters)의 충치 속에 있던 털에서 사람의 DNA가 발견됐다.

14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리판 말리 교수팀은 차보 사자 이빨에 있던 털을 분석한 결과 사람과 기린, 얼룩말, 영양, 오릭스, 워터벅 등의 DNA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1926년 미국 시카고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 기증돼 보관돼 온 케냐 차보 사자 2마리의 유골을 분석했다.

갈기 없는 성체 사자였던 차보 식인 사자들은 식민지화 시대인 1898년 사살되기 전까지 케냐 차보강 인근 교량 건설 현장을 습격해 노동자들을 잡아먹는 등 최소 28명을 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1990년 초 사자의 유골에서 먹은 음식의 흔적을 조사하던 중 충치 부분에 수천 개의 털 조각이 압축돼 쌓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여러 연구자들이 현미경 분석 등 방법으로 다양하게 조사했으나 사자가 잡아먹은 동물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차보사자 유골에 수천 개의 털 조각이 압축돼 쌓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DNA를 분리한 뒤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털에 남아 있는 핵 DNA를 통해 사자에게 잡아먹힌 동물들의 연령 등 정보를 탐색하고, 핵 DNA보다 작지만 보존이 잘되는 미토콘드리아DNA(mtDNA)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모계 혈통을 추적했다.

그 결과 차보 식인 사자의 이빨에 남아 있는 털은 사람과 기린, 얼룩말, 영양, 오릭스, 워터벅 등인 것으로 밝혀졌다.

말리 교수는 “생명공학 발전으로 유전체학처럼 과거 정보를 얻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나고 있다”며 “이 연구는 과거 사자의 생태와 식습관뿐만 아니라 식민지화가 아프리카 지역의 생명과 토지에 미친 영향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방법론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 전의 고대 육식동물의 부러진 이빨에서 나온 털에도 잠재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며 “이 방법은 과거를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