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업계와 TV홈쇼핑 업계 간의 송출수수료 갈등이 고조되면서 블랙아웃(방송송출 중단) 위기가 다시 찾아왔다. CJ온스타일이 오는 12월1일부터 케이블TV 3사에 송출 중단을 통보한 것. 케이블TV 가입자와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데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급하게 조율에 나섰지만, 업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다음 달부터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아름방송·CCS충북방송에 방송을 송출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첫 홈쇼핑 송출 중단 결정이다. TV 시청률 하락으로 매출이 줄고 있지만, 송출수수료는 줄지 않아 홈쇼핑 업계 부담만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케이블TV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최근 3년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TV홈쇼핑 송출수수료 총액은 감소했으며, 이를 인상한 것은 케이블TV가 아닌 IPTV라는 것.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IPTV의 TV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을 마치 SO 전체의 TV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증가한 것처럼 왜곡한 것은 문제”라며 “SO는 지난해 정부에서 발표한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라 합리적인 TV홈쇼핑 송출수수료 산정안을 제시하며 협상에 임했지만, 홈쇼핑 측의 과도한 인하 요구로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케이블TV 업계는 특히 디지털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8VSB(아날로그 송출방식인 단방향상품)’ 가입자 비중이 높은 사업자에 송출 중단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8VSB는 정부의 아날로그 방송 종료 정책에 따라 도입된 상품으로 디지털 취약 세대를 상대로 운영되는데, 이같은 송출중단은 미디어의 공공성을 저버린 처사”라며 “(8VSB는) 온라인·모바일 쇼핑 이용이 어려운 중·장년 가입률이 높아 오히려 홈쇼핑 시청자를 늘리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홈쇼핑과 케이블TV 사업자 간 갈등으로 인한 블랙아웃 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급부상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침체되면서 줄어든 매출을 TV홈쇼핑 수수료가 떠받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유료방송 사업자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가 지난해 중재안(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대가산정 고려 요소 등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올해도 협상에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현대홈쇼핑·CJ온스타일은 KT스카이라이프와 LG헬로비전에,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 강남과 협상이 결렬됐지만, 정부 중재로 블랙아웃 위기는 넘길 수 있었다.

이번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부랴부랴 중재에 나섰다. 과기정통부 담당과장은 “최대한 빨리 양측 사업자를 만나 입장을 들어보고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의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째 TV홈쇼핑과 유료방송 업계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이미 감정의 골이 깊은데다, 올해도 제대로된 협상을 체결한 곳이 없다”며 “가이드라인은 실효성이 없어 결국 이렇게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