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백악관으로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존 공화당 주류에게 많은 것을 양보해야 했던 집권 1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당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로 2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화당은 지난해 대선과 함께 실시된 상하원 선거에서도 승리해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권력까지 장악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트럼피즘을 거침없이 밀어붙일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은 트럼프의 재집권을 달성해가는 과정에서 스펙트럼이 다양한 세력들이 연합하며 사실상 ‘빅텐트’가 됐다. 현재 공화당을 구성하는 각 세력들의 이념과 성향을 뜯어보면 ‘트럼프 지지’라는 공통점 말고는 세부 사항에서 차이가 작지 않다. 트럼프 2기의 성공은 이들 세력을 큰 균열 없이 끌고 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가 충성파부터 민주당 출신까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화당은 지금 트럼프에 대한 개인적 충성심으로 단결돼 있을지 모르지만 매우 다양한 세계관을 가진 여러 파벌로 구성돼 있다”며 크게 5가지 세력으로 분류했다.

우선 트럼프에게 맹목적 지지를 보내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충성파’가 있다. 이들은 강경한 이민·무역정책, 고립주의적 외교정책을 주장한다. 다만 추구하는 이념이나 정책 기조가 굳건하다기보다는 트럼프가 원하는 방향으로 충실하게 행동한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핵심 인사로 꼽힌다.

이어 ‘강경 보수파’가 있다. 이들의 이념이나 방향성은 마가 충성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 의견에도 대체로 맞추는 편이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 문제 등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쉽게 양보하려 들지 않는다. 2023년 친트럼프 인사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끌어내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매카시 의장은 예산안 관련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 등을 민주당과 합의했는데, 이를 용납할 수 없었던 맷 게이츠 등 공화당 의원 8명의 찬성으로 해임안이 가결됐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이 해임된 사례였다.

트럼프 2기 최고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인도계 비벡 라마스와미 등 ‘자유주의 성향 기업가’ 출신도 트럼프 지지세력 중 하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빅테크 주요 인사들은 트럼프 취임식에 나란히 참석하는 등 트럼프 코드 맞추기에 부심하고 있다.

기존 공화당 주류였던 ‘온건 보수주의자’는 수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여기에 속한다. 다만 예전처럼 트럼프와 대립하지는 않고 대부분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외에 ‘민주당 출신 친트럼프’ 인사들이 있다. 충성심을 강력하게 드러낸 덕분에 내각에도 2명(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지명자)이나 들어갔다.

이처럼 출신과 가치관 등이 서로 다른 세력들이 트럼프 재집권을 기치로 합심한 데 힘입어 트럼프와 공화당은 지난 선거에서 기존 민주당 지지층·텃밭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정치 컨설턴트 랠프 리드는 “현재 공화당은 1956년 이후 인종적으로 다양성을 잘 갖춘 집권 연합”이라고 평가했다.

이념적 모순으로 인한 갈등 불가피

트럼프 2기는 1기와 달리 ‘충성도’가 중심이다. 1기 내각은 기존 공화당 주류 인사들 위주여서 이념적으로 일관성이 있었던 반면, 2기 내각은 이념적으로 통일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케네디 주니어는 공화당 대다수가 반대하는 낙태에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베센트는 월가 경력을 갖춘 보수 정통파 인사인 반면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인 JD 밴스 부통령은 월가를 비판하며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깡패’라고 부른 적이 있는 반면, 개버드는 노골적인 친러시아 인사다.

이 같은 모순으로 인한 갈등은 이미 표출되고 있다. 트럼프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최근 전문직 비자(H-1B) 존폐 논란과 관련해 존속을 강력히 주장한 머스크를 맹비난했다. 강경 보수파인 배넌은 이민 통제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머스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일 하원의장 선출을 두고도 혼란이 빚어졌다. 트럼프는 존슨 의장의 연임을 공개 지지했지만 랠프 노먼 등 공화당 일부 강경파가 임시예산안 처리 등을 이유로 반대한 것이다. 트럼프가 이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나서야 존슨 의장은 겨우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는 첫 임기 때는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에 집중했다”면서 “하지만 더 크고 다양한 연합이 생기면서 트럼프의 과제는 더 복잡해지고 불명확해졌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기는 했지만 의석수에선 큰 여유가 없다. 상원은 절반(50석)보다 3석 많고, 하원은 전체 435석의 딱 과반(218석)이다. 트럼프가 당내 이견을 완벽하게 조율하지 못한다면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FT는 “공화당의 소수 온건파 상원의원들이 트럼프의 입법 의제를 방해하고 논란이 많은 내각 후보자 인준을 차단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폴리티코는 “일부 트럼프 측근들은 이 같은 분열이 트럼프의 통치 스타일이지 결함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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