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정부 세수(국세 수입) 부족에 따른 예산 축소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A시는 어린이 야간·휴일 진료센터 운영 지원 사업을 축소했다. B구는 지역아동센터 운영비·인건비 지원 예산을 줄였다. C군은 치매를 겪는 어르신을 위한 요양시설 건축을 미루기로 했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자체에서 제출받은 현황이다. 황 의원은 “중앙 정부는 세수 부족의 책임을 지자체로 떠넘기지 말라”고 주장했다.

지난 10~11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는 지난해 56조4000억원, 올해 29조6000억원 규모에 달한 세수 펑크에 집중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세수 결손으로 지방교부세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10월 중 상황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세수가 부족한 만큼 중앙 정부에서 지자체로 내려보내는 교부세(내국세의 19.24%)와 시·도 교육청 교부금(20.79%)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지자체 재정엔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편성한 예산 대비 최대 12조원가량이 줄어든다는 얘기라서다. 지난해에도 18조6000억원이 덜 내려왔다. 14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지방교부세 감소액만 4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방교부세 감액은 지방정부에 불용(不用)을 강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용은 예산으로 편성하고도 쓰지 못하는 돈이다.

가뜩이나 지방 재정은 취약한 상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자체 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5조4000억원 규모 적자였다. 올해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43.3%다. 2014년 이후 가장 낮다. 예산의 절반 이상을 정부 교부세 등에 의존한다는 의미다. 재정자립도는 지자체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얼마나 자체 조달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지자체는 ‘지방 소멸’ 가속화를 우려한다. 재정자립도는 특별시·광역시(자립도 57.7%)나 광역 지자체(36.6%), 시(31.5%)에서 구(28.1%), 군(17.2%) 단위로 갈수록 더 떨어진다. 가뜩이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건전 재정’ 기조에 따라 교부세가 줄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조충훈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순천시장)은 “세금 낼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며 “복지·교육 분야 곳곳에서 누수가 일어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중앙정부만 바라보는 ‘천수답(天水畓·빗물에만 의존하는 형태의 논)’식 지방 재정 운용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취득세 등 더 걷힌 세금을 추가로 받으면서 세수가 부족할 땐 삭감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10년간 세수 초과와 부족 햇수는 각각 5번이다. 절반은 덜 받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당초 예측보다 더 받아갔다.

중앙정부 재정보다 주목도가 떨어져 상대적으로 방만하게 운용하는 지방 재정에 대한 지적도 꾸준하다. 지자체장이 선거철 남발한 선심성 복지 공약을 밀어붙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대한 지방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며 “지자체도 건전 재정을 위해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