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부동의 1위’ 애플을 넘어섰다.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기술 패권을 놓고 미국과 갈등하는 가운데 이른바 ‘애국 소비’ 성향이 짙어지고, 최근 출시한 신제품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다.

1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8월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46개월 만에 처음으로 애플을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는 같은 달 중국에서 아이폰 등 외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214만 대)보다 12.7% 감소한 187만 대라고 보고한 중국정보통신기술원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전했다. 이 기간 중국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보다 26.7% 증가한 2405만 대로 집계됐다.

화웨이의 메이트·퓨라 등 프리미엄 시리즈 제품이 애국 소비 열풍에 힘입어 판매량이 늘어난 데다, 최근 세계 최초로 선보인 트리플 폴드(두 번 접는 방식) 스마트폰인 메이트XT를 찾는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아이폰16는 중국에서 이례적으로 할인 판매에 나섰으나 출시 초반 흥행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화웨이의 올 상반기 중국 시장 점유율은 17.5%로 선두지만 애플은 14%를 밑돌고 있다.

애국 소비+신제품 러시 ‘쌍끌이’화웨이는 자체 운영체제(OS) 보급을 통한 생태계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화웨이는 2019년 5월 미국의 제재로 안드로이드를 쓸 수 없게 되자 자체 개발한 하모니 OS를 출시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하모니 OS는 지난 1분기 중국에서 점유율 17%를 차지하며 애플의 iOS(16%)를 제쳤다.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68%)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쓰인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폰이 흥행하면서 자연스레 하모니 OS 이용자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차세대 버전 ‘하모니 OS 넥스트’는 오는 15일부터 메이트60, 메이트X5, 태블릿 메이트패드 프로 등 기기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 OS는 이전 버전과 달리 안드로이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앱) 지원을 하지 않아 ‘중국의 OS 주권을 바꿀 게임체인저(디지타임스)’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제는 OS 앱 가용성이다. 현재 이 OS를 위한 1만 개 이상 앱이 개발됐고 화웨이는 이를 100만 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구글·애플 OS로 양분화된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많은 사용자가 안드로이드나 iOS 인터페이스에 익숙해 있어 중국 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드러내기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中 시장 포기 못해” 투자 늘리는 애플한편 애플은 아이폰 판매량을 확대를 위해 중국 내 공급망 확충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0일 중국 선전에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대규모 연구소 운영을 시작했다. 단지 규가 2만㎡로,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 등을 아우르는 애플의 R&D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아이폰·아이패드·비전프로 등 주력 제품에 대한 품질 테스트와 연구가 진행할 예정이다.

애플의 중국 내 R&D팀 규모는 최근 5년 새 두 배로 커졌다. 이미 베이징·상하이·쑤저우·선전 등에 R&D센터를 마련했다. 업계에선 “애플이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잠재력을 지닌 시장을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분명한 의지”라며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자체 칩을 써야 하는 기술적 한계를 가진 반면 애플은 할인 등 공격적 가격 전략과 제품 혁신, 거시 경제 개선 등에 힘입어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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