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대량 제조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더 짧은 시간 더 넓은 태양전지를 더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코팅 기술도 함께 개발해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함동석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김민 전북대학교 교수 공동연구팀은 초고속 광소결 방법을 활용해 기존 롤투롤 제조 공정시간을 5배 이상 감축하면서도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기술보다 2배 이상 규모인 100㎠ 모듈급 롤투롤 대면적 제조공정을 개발했다.

유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실리콘 기반의 태양전지에 비해 가볍고 유연성이 뛰어나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자동차용 선루프 태양전지 등 많은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기존 제작 방식은 비연속적인 배치형 코팅 방식을 많이 활용해왔으나, 대량생산을 위해선 반드시 롤투롤 코팅 공정을 거쳐야 한다.

롤투롤 공정이란 롤 형태로 감긴 얇은 필름이나 금속박 등을 풀어내며 처리하고 다시 롤 형태로 감아내는 제조 공정이다. 마치 종이를 인쇄하듯 넓고 얇은 재료를 연속적으로 가공할 수 있어 대량 생산에 매우 효율적인 장점이 있고, 흔히 이차전지 전극 코팅 공정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롤투롤 공정은 일반 배치 공정과 달리 정해진 크기의 건조장치 내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건조장치에 머물며 열처리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고속 광소결 기술(IPL)을 도입한 새로운 대면적 롤투롤 제조 공정을 개발했다. 기존의 고온 열처리 과정 대신, 초고속으로 강한 빛을 조사함으로써 10분 이상의 열처리 시간을 2분으로 단축한 것이다. 아울러 100㎠ 이상의 대형 유연 모듈 제작도 가능해져, 상용화 가능성도 크게 확대됐다는 게 화학연의 설명이다.

한편 연구팀은 유연 태양전지의 수명을 대폭 향상시키기 위해 기존의 딱딱한 유리 기반 봉지기술을 발전시켜, 투명 전극과 보호 성능을 모두 갖춘 유연 필름 소재를 적용한 기술도 개발했다. 봉지기술은 수분 및 산소가 소자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코팅층을 도입해 수명을 연장하는 공정 기술로, 새로운 봉지기술을 적용한 필름은 기존보다 40% 수준으로 얇고 25% 이상 유연한 특성을 보였다. 이를 통해 60도의 고온, 90%의 고습도 환경에서도 태양전지의 내구성을 유지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함동석 박사는 “본 연구는 롤투롤 코팅 공정에 필요한 공정시간의 단축, 안정성 향상 측면에서 사업화를 위한 신공정 개발에 큰 의의가 있다”며 “본 기술을 응용해 향후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화학연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인터페이스와 솔라 RRL에 각각 5월 속표지·7월 겉표지 논문으로 연달아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