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지지층을 놓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가 같은 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민주·공화 양당 후보로 4년 만에 다시 맞붙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헤일리 전 대사가 사퇴를 표명하자 곧장 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헤일리 지지자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내 캠페인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고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가 사퇴한 만큼 이제 대신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구애한 것이다. 또 “트럼프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공화당에서 진실을 말하려 했다”며 헤일리 전 대사를 칭찬하기도 했다.
끝까지 헤일리 전 대사를 조롱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가 하차하자 태도를 바꿨다. ‘집토끼’ 단속을 위해서였다. 그는 “치열한 경쟁이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하나의 정당으로 단결해 바이든을 물리쳐야 할 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헤일리 전 대사 지지층은 온건한 중도 보수 성향이 다수다. 강경 극우파가 핵심 지지 기반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영국 BBC방송은 헤일리 전 대사 지지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분석해 보니 헤일리 전 대사 지지 이유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최근 공개된 미국 퀴니피액대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 공화당원이나 공화당 성향 유권자 중 같은 당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절반에 불과했다.
더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 선언을 끌어내지도 못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후보 사퇴 기자회견에서 “나는 항상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 왔지만 트럼프가 당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자신에게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