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늘날 여러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 급선무는 온난화를 넘어선 가열화 문제이다. 도시가 집중 태풍·폭우로 순식간에 기능이 마비되고 난기류로 비행기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의 냉각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대형 산불로 세계 곳곳이 몸살이다. 2015년 각국 정상이 테러로 어수선한 파리에 모여 기후 협약을 체결했건만, 뉴스에서 접하는 것은 명화에 페인트 테러를 저지르는 NGO 시위 정도이다.

지구가 이리 병들고 있는데도 한치라도 더 땅을 차지하려고 전쟁이 한창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고 이스라엘·아랍 간 충돌도 심상치 않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대만·일본·동남아의 일촉즉발 상황에, 예측 불가한 북한까지 가세하다 보니 우리도 좌불안석이다. 이 같은 카오스는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쇠퇴와 미·중 갈등 및 각자도생의 슬로벌라이제이션 때문이다. 누구 하나 지구가열화 해결을 위한 리더십을 쥐려 하지 않는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흔들리더니 2019년 중국발 코로나 창궐로 세계 경제가 다시 엉망이다. 각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유동성을 늘리니 자고 일어나면 초인플레로 곡소리가 날 판인데 성장·고용률은 둔화하니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려야 할지 어쩔지, 그야말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의 재현이다.

이런 와중에 AI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물리학·화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구글 부사장 제프리 힌튼은 데이터 특성을 스스로 파악하는 심화학습 연구와 인공신경망(ANN) 최적화의 미세조정 기법을 소환한 공로를, 존 홉필드는 단편적 정보에서 전체 패턴을 복원한 공헌을 각기 인정받았다. 이세돌·알파고 바둑 대결을 주도한 ‘딥마인드’의 대표 데미스 허사비스는 AI ‘알파폴드’로 단백질 3D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질병의 이해·치료를 위한 디딤돌을 제공했다. 수년 전에는 챗GPT가 등장하면서 사람과 똑같이, 아니 더 나은 질의응답과 문서 작성이 가능해졌다. 지식 민주화가 촉진되고 교육 방식도 바꿀 것이다.

이 같은 진보에도 AI의 위협에 대한 경고는 수백 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힌튼은 ‘AI의 통제 불가 위협’을 우려, 10년간 몸담았던 구글을 퇴사했다.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인 세인 레그는 ‘인류는 AI 기술로 멸종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하면서, 구글과의 합병 조건으로 윤리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바 있다.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오펜하이머가 핵무기를 만들어 놓고 후회한 것과 흡사하다. 텍스트로부터 이미지·동영상 생성이 가능해지면서 학습 데이터의 지재권 문제가 더욱 불거지고 서비스 자동화와 더불어 지적 분야의 보조 인력 대체에 관한 우려도 거세지고 있다. 딥페이크와 같은 무책임한 저질 콘텐츠도 음지의 온라인에서 넘치고 있다.

서비스를 선 제공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후 규제하는 방식은 기술 발전과 혁신을 동력으로 경제 성장을 추진하는 데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안전·노동권·저작권과 같은 인간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유념하지 않는 한 또 다른 시대적인 악재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