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전문 유튜브채널 ‘G식백과’ 운영자 김성회씨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한 발언이 화제를 불렀다. 그는 게임에 관한 ‘검열적 심의’에 반발하며 헌법소원에 나서 주목 받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초헌법적 검열기관”이라고 지적하며 “일국의 문화콘텐츠 허용범위가 한 개인의 취향으로 규격화되고, 좌지우지되고 있다. 만약 ‘오징어게임’ PD가 게임 제작자였다면 그는 에미상이 아니라 수갑을 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이 담긴 JTBC 유튜브 채널 영상은 현재 조회수 218만 회다. “고맙다 김성회”, “게임사 남을 8분의 명연설이었다.” “사실 이 자리가 ㄹㅇ(레알) 우리는 간절한 자리였음”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의 발언이 반향을 일으킨 배경은 게임 이용자들의 누적된 분노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 음반 사전검열제가 폐지되고 OTT 등도 자율규제를 하고 있지만 유독 게임만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통해 사전에 심의를 받는다.

게임물관리위의 심의제도가 사전검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실제 심의도 과도하면서도 잣대가 모호해 여러차례 논란이 됐다. 특히 게임산업법은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의 유통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여러 법에 명시된 ‘사회질서 문란’ 조항은 다수 법에서 사라졌지만 게임 관련 법에선 남아 있다. 또한 게임산업법은 “범죄 폭력 선정성을 지나치게 묘사해 모방 범죄가 우려될 경우 차단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이 조항은 김성회씨 주도로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다.

실제 한국의 과도한 게임 규제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2022년 6월21일 이후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월평균 17.3종의 성인용 게임이 차단됐다. 샌드박스형 게임 로블록스에선 최근 2년간 어린이용 게임 500여종이 차단됐다. 김성회씨는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같은 성적으로 엄격한 이슬람 국가에서도 할 수 있는 게임들을 오직 한국에서만 살 수 없게 만들었다”고 했다. ‘모방범죄’ 우려에 관해선 ‘오징어게임’, ‘독전’ 등이 살인과 마약제조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게임에만 차별적인 잣대가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여러 문화콘텐츠 가운데 유독 게임에 대한 차별적 시선에 누적된 분노도 반향을 이끄는 요인이었다. 국정감사에서 김성회씨가 발언시간을 더 요구하며 한 “이 자리에 서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2분도 못 기다려주십니까”라는 발언이 이를 드러낸다.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은 K콘텐츠로 각광 받고 있지만 게임을 보는 시선은 이중적이다. ‘산업’이면서 동시에 규제의 대상으로 인식됐다. 한국의 대표적인 게임 과잉규제로 꼽히는 ‘셧다운제’를 비롯해 게임을 ‘유해한 것’으로만 전제한 입법이 이어졌다.

미디어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07년 9월1일부터 2017년 9월30일까지 ‘게임’ 관련 보도 646건을 분석한 결과 긍정적인 기사는 8.8%에 그쳤다. 이들 기사에 의료계 전문가는 12.2% 등장한 반면 게임산업 종사자는 4.3%에 그쳤다. 의료계 전문가는 게임에 부정적인 의견을 적극 피력했다. 문화콘텐츠학계를 중심으로 게임 과몰입 주장이 과장됐다는 연구도 이뤄졌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2003년 KBS ‘아침마당’에선 임요환 프로게이머를 초청해 “게임 중 싸움을 하다보면 누군가 날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는 등의 질문을 했고, 2011년 MBC ‘뉴스데스크’는 PC방 전원차단 실험을 해 비판을 받았다. 이들 사례는 아직도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최근 서유기를 기반으로 한 중국게임 ‘검은신화 오공’이 세계적인 충격을 던졌다. 미국, 일본 게임에 견줘도 밀리지 않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SBS는 <벌써 1800만 장 팔렸다…’오공’ 열풍에 한국은 참담, 왜> 기사를 통해 중국이 게임 강국으로 도약하는 반면 한국에선 콘텐츠의 질보단 사행성에 치중한 게임만 쏟아지는 상황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성회씨는 ‘2분’을 요구한 끝에 얻어낸 시간 동안 이렇게 밝혔다. “한강, BTS, 봉준호 같은 세계적인 예술인들이 나오고 있다. 1996년 영화음반에 대한 사전검열이 폐지된 이후 한국 콘텐츠의 부흥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있다. 게임도 게임에만 있는 사전 검열이 폐지돼 이를 시발점으로 돈만 많이 버는 게임사 사장님들 말고 존경받는 게임 제작자들도 많이 탄생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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