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프로그램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공익법인(PBC) 중심의 조직개편에 나선다. 앞서 오픈AI는 비영리법인을 탈피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PBC로 방향을 정했다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샘 올트먼 CEO(최고경영자)는 적대적 인수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고, 주주사의 과도한 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 구조를 PBC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FT는 “PBC 구조의 특징 중 하나가 원치 않는 M&A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예를 들어 MS 같은 기존 투자자가 오픈AI를 인수하려고 할 때 막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PBC는 정관에 사회적 목표와 회사의 이익이라는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고,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한다. PBC 이사회는 주주의 이익과 직원 등 관계자의 이익, 사회적인 공익 사이 균형을 맞춰야 할 의무를 갖는다. 때문에 다른 기업처럼 주주들이 경영진에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 제기하는 것이 어렵다. 주식가치 하락을 이유로 경영진의 해고를 요구하거나 회사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예컨대 오픈AI가 밝힌 “인류의 이익을 위한 안전하고 유익한 AI”라는 목표를 위해 경영상 이유로 수익 창출이나 막대한 현금투자 기회를 미루는 데 회사가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미다. FT는 “새로운 구조로 오픈AI는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어느 정도 이익을 내는 동시에, 강력한 AI 모델의 활용과 안전성 등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경영진에 무조건적인 ‘방패’만 쥐여주는 건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PBC의 주식 최소 2% 이상 보유한 주주는 회사가 공익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회사를 고소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사회적 또는 환경적 목표 준수를 평가하기 위한 독립적인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때문에, 윤리 세탁이라는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면서 “법원이 PBC에 대해 이익과 사회적 선 모두를 증가시키는 활동 여부를 어떻게 해석하고 측정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신기술 개발을 추구하는 회사 중에는 PBC 구조를 선택한 회사들이 일부 있다. 일론 머스크의 AI 개발사 ‘xAI’를 비롯해 또다른 AI 챗봇 개발사인 앤트로픽, 친환경 신발 생산업체 올버즈, 안경회사 와비파커, 생명과학업체 비바시스템즈 등이 그런 사례다.
FT는 “오픈AI의 비영리 법인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지주사 개념의 회사를 올트먼 체제로 두되,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익 창출 전용 법인을 새로 만들어 그 회사의 지분을 비영리법인이 확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PBC에서 세부 기술 개발, 제품 출시 및 상업화 등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