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수들이 모두 링 위에 올랐다. 남은 건 치열한 싸움이다. 9월 말 승부가 끝나면 일본 정치를 대표하는 얼굴들이 바뀐다. 집권 여당 자민당의 신임 총재를 뽑는 선거가 27일 열린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다수당인 자민당의 총재가 국정을 이끄는 총리가 된다는 점에서 단연 주목을 받는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15년간 당을 이끌어온 대표를 물러나게 해 면모를 일신한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23일 대표 선거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뽑는다. 화두는 ‘정권교체’다.

◆개혁 내건 가장 어린 총리 후보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12명이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어 역대 가장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9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이 7번째로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극우성향으로 ‘자민당 총재에 어울리는 후보’를 묻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3, 4위를 기록하며 ‘의외의 선전’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주목받는 후보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전 환경상이다. 민영방송 뉴스네트워크 JNN이 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8.5%로 1위에 올랐다. 43세라는 젊은 나이, 파벌 비자금 스캔들로 나락에 빠진 자민당을 바꿀 쇄신 이미지가 강점이다. 지난 6일 출마 회견에서 ‘개혁’을 56번이나 언급하며 “오래된 자민당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자민당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의 지지를 확보해 대세를 굳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8일 요코하마에서 열린 거리연설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함께 등장한 스가 전 총리는 “일본의 조타수 역을 부탁하고 싶다”며 지지 의사를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밝혔다. 하지만 환경상 재임 외에 정치 경험이 부족하고 언행이 가볍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토론 능력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돼 앞으로 있을 9번 정도의 토론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당락의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등판과 함께 다른 후보들의 견제도 강해지고 있다. 여론조사상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처럼) 젊지도, 잘생기지도 않았다. 무리하게 함께할 생각은 없다”며 경험, 토론 능력으로 어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9일 공영방송 NHK이 6∼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총재에 적합한 인물로 시게루 전 간사장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공명당은 2009년부터 당을 이끌어온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가 물러난다. 후임은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간사장이 유력하다. 요미우리신문은 “18일 대표선거 고시일에 입후보자가 1명뿐일 경우 (28일 예정된) 당대회에서 신임투표가 진행된다”며 “이시이 간사장 이외에 출마 움직임이 없어 새로운 대표로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권교체 기회… 제1야당 선거도 주목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3년간 당을 이끌 새로운 대표를 23일 뽑는다. 출마자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전 대표, 이즈미 겐타(泉健太) 현 대표, 요시다 하루미(吉田晴美) 의원 4명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 후 새로운 총리가 뽑히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입헌민주당 대표선거가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다. 아사히는 “후보자들은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파문이 순풍이 되어 정권 탈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선이 가장 유력한 노다 전 총리는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정권교체야말로 최대의 정치개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입헌민주당의 지지율은 자민당이 비자금 파문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좀체 오르지를 않고 있다. JNN의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자민당이 31.0%였으나 입헌민주당은 5.3%에 불과했다. 현실적으로 입헌민주당 단독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은 대표선거의 쟁점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다른 야당과의 협력 관계 구축 방안을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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