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완화했던 종합부동산세를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세법 개정을 통해 대폭 강화했다. 1주택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은 3%로 올렸고 다주택자는 ‘징벌적’ 수준으로 중과했다. 공시지가 현실화와 집값 상승이 맞물리면서 종부세 대상자는 급증했다. 2021년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무려 94만 7000명. 2017년 33만 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세금은 5조 7000억 원이나 됐다.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실수요자들마저 세금 폭탄을 맞은 것이다.

종부세 대상자가 예상보다 많고 조세 저항 여론이 들끓자 문재인 정부는 “전 국민의 98%는 올해 종부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며 불끄기에 나섰다. 소수만 내는 ‘부자 증세’라는 것이다. 역부족이었다. 표심은 차갑게 식었다. 100만 명(주택·토지분)에 대한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간 다음 해인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에서만 31만 표 차이로 졌다. 2% 과세론으로 밀어붙였던 종부세의 후폭풍은 그만큼 컸다.

조세 정의의 프레임을 씌운 금융투자소득세 논란도 종부세와 묘하게 닮았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 폐지 주장은 “기득권자들의 궤변”이라고 일갈한다. “금투세 폐지는 거액 자산가들에게 혜택을 몰아줘 기득권 카르텔을 더 공고하게 한다”며 내년 시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금투세 대상자들은 기득권자인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자료를 보면 금투세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1%인 1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15만 명이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1%라는 숫자만 주목하면 기득권자고 거부(巨富)같다. 이들에게만 세금을 부과하면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조세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거버넌스포럼은 금투세 대상자 15만 명의 1인당 투자금을 10억 원 정도로 추산했다. 10억 원을 주식에 투자하면 큰 부자일까. 지금은 더 올랐겠지만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값은 12억 9490만 원이다. 주식 투자금 10억 원보다 많다. 여윳돈으로 주식을 투자할 것 같지만 월급을 모으거나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주변에도 아파트를 사지 않고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직장인도 제법 된다.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기득권자로 폄하되는 투자자들 중에는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도 많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금투세는 세금 효과가 클까. 5000만 원 이상의 금융소득을 얻는 투자자에게 22%의 세금을 부과하는 금투세를 시행하면 대략 1조 2000억 원의 세수를 증대할 수 있다고 한다. 당장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예측의 어려움, 자금 이탈에 따른 과세 대상자 감소 등도 뒤따를 수 있다.

금투세가 몰고 올 부작용은 많다. 신규 투자자의 진입 부담, ‘탈출은 지능 순서’라는 오명을 갖는 우리 주식시장을 더 매력 없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 부동산처럼 주식으로 5억 원, 10억 원을 벌었다는 ‘신화’가 넘치는 시장으로 만들어 선진국 수준의 주식시장으로 만들기는커녕 이탈만 부추길 수 있다. 부동산 쏠림이 몰고 온 부작용이 혼인 감소부터 저출생, 가계부채 증가 등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부동산으로의 투자 집중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더욱이 우리 주식시장은 외풍에 너무 취약하다. 어닝서프라이즈의 실적을 발표하는 날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시장에서 10년 이상의 장기·가치투자는 엄두도 내기 힘들다. 1400만 명의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주식시장에서 버티면서 민주당이 비아냥대듯 연 5000만 원 이상의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기득권자를 꿈꾸고 있다. 2010년 이후 코스피 기준으로 평균 3.3%의 수익률밖에 내지 못하는 시장에서 말이다.

4년 전 종부세를 강화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납세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많이 줬다. “20억 원이 넘는 주택을 갖고 있는데 세금이 고작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 오르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과도한 엄살’”이라면서 편을 가르고 조롱했다. 금투세도 마찬가지다. 기득권 운운하는 갈라치기식 세정은 초가삼간만 태운다. 15만 명에 집중하다 1400만 명이 재산의, 마음의 상처를 입으면 그다음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