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이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 삭스와 신용 카드 사업을 벌이면서 소비자들을 기만했다가 1200억원이 넘는 벌금을 물게 됐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애플과 골드만 삭스가 공동으로 진행한 ‘애플 카드’ 사업 과정에서 소비자들을 오도하고 소비자 분쟁을 잘못 처리해 수십만명에게 피해를 줬다면서 벌금과 과징금 8900만 달러(약 1228억원)를 부과했다.

애플은 2500만 달러(약 345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골드만 삭스는 소비자 보상과 배상에 최소 1980만 달러(약 273억원)를 써야 한다. 골드만 삭스는 향후 연방법을 제대로 지키겠다는 계획을 내놓기 전까지는 새 신용 카드도 출시할 수 없다. CFPB는 애플이 애플 카드 관련 소비자 분쟁 수만건을 골드만 삭스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골드만 삭스는 소비자 분쟁을 전달받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연방법을 지키지 않았다.

양사는 또 ‘아이폰’ 등 애플 기기 구매 관련 무이자 할부 정책에서 소비자들을 속이기도 했다. 애플 카드로 기기를 구매하면 자동으로 무이자 혜택이 제공되는 것처럼 안내했지만 실제로 이런 혜택은 애플 웹 브라우저 ‘사파리’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만 적용됐다. 이렇게 속은 소비자들은 환불을 받기 위해 오랜 기간 기다려야 했다. 부당하게 신용상 피해를 보기도 했다.

로힛 초프라 CFPB 국장은 “애플과 골드만 삭스가 애플 카드 사용자에 대한 법적 의무를 회피했다. 빅테크와 월가 기업이 연방법을 적용받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애플 카드에 대한 CFPB의 묘사에 이의가 있다”라면서도 “합의하기 위해 CFPB(의 지적)에 맞춰 (시스템 등을) 조정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골드만 삭스는 2019년 애플 카드 출시 이후 각종 기술적 어려움에 대처해왔고 피해 소비자들과도 관련 문제를 다뤄왔다면서 “CFPB와 해결책에 도달해 기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