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가 알테오젠의 기술을 이용해 블록버스터 항암제 ‘엔허투’의 피하주사 제형 개발에 나선다.
알테오젠은 피하주사 제형 개발에 필요한 인간 히알루니다제 원천기술(ALT-B4)에 대해 다이이찌산쿄와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공시했다. 계약금은 2000만 달러(약 280억원)이며, ALT-B4를 적용한 피하주사제가 상용화 후 판매 목표 달성시 수령할 수 있는 총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은 2억8000만 달러다.
시장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알테오젠이 ADC 피하주사 제형 관련 빅딜을 연내에 할 것이라는 ‘기술수출’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엔허투를 보유한 다이이찌산쿄는 유력한 후보였다. 엔허투의 미국 내 주요 특허 만료시점이 2033년이기 때문이다. 특허 만료 이후에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하기 위해선 특허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개발한 ADC항암제다. HER2 변이 양성은 물론 변이 저발현 환자에게도 효능을 보여 지난해 27억8000만 달러 매출을 내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방어 전략 중 하나로 피하주사 제형을 도입하고 있다. 변경된 제형으로 특허를 연장하면 5~6년 정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는 물론 로슈의 ‘티쎈트릭’ 등 항체 기반 면역항암제가 특허 만료를 앞두고 앞다투어 피하주사 제형을 도입했다.
피하주사 제형이 되면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기존의 정맥주사(IV) 제형은 침상에 누워 5~7시간 동안 투약해야 한다. 반면, 피하주사는 5~30분이면 충분하다. 팔에 있는 정맥 대신 배나 허벅지에 투약하기 때문에 특히 앞선 항암 치료로 팔에 있는 혈관이 약해진 환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알테오젠이 ADC를 위한 피하주사 제형을 개발한다고 밝힌 건 지난해부터다. 국내외 통틀어 아직까지 ADC를 피하주사로 만든 약은 없으며, 연구개발도 초기 단계다. 업계는 ADC의 피하주사 제형 개발이 기존 항체의약품을 피하주사로 만드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ADC가 항체에 화학항암제를 붙인 구조여서 앞서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된 항체의약품 대비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세계적인 기업인 다이이찌산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당사의 ALT-B4를 사용하여 엔허투에 대한 피하주사제형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환자와 보건의료전문가에게 새로운 대체 투여 경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치료제에 ALT-B4를 접목하여 환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