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아버지뻘 되는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가해자가 최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버젓이 근무를 계속해 피해자는 정신적 피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윤웅성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파주에서 5년째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는 A 씨.
2년 전 여름, 직장 상사인 김 모 부장과 함께 시험 운전을 나갔다가 끔찍한 일을 당했습니다.
김 부장이 공터에 버스를 세운 뒤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한 겁니다.
[A 씨 / 버스 기사 : 버스 안에서 덮치기 시작했어요. 가슴을 만지고 입을 맞추면서….]
A 씨는 상급자에다 차량 정비를 총괄하는 가해자에게 괜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침묵을 지켜야 했습니다.
[A 씨 / 버스 기사 : 소문이 날까봐 그게 두려워서 가만히 있었어요. 눈밖에 나면 차를 더 안 고쳐주죠.]
반년을 속앓이 하다 회사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고 A 씨는 하소연합니다.
회사에서 가해자에 정직 3개월을 내리긴 했지만, 가해자가 주변을 의식해 출근한 것처럼 직장에 나와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가해자가 없는 영업장으로 노선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건 발생 1년 반 가까이 지난 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이 나온 뒤에야 A 씨는 가해자와 멀리 떨어질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지난달 가해자가 1심 법원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회사는 추가 조치를 미루고 있습니다.
형사상 유죄 판결을 받은 직원은 해임할 수 있다는 회사 내규가 있는데도 왜 조치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측은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고, 이미 징계를 내린 터라 이중처벌의 소지가 있어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건 직후 분리 조치에 대해선 A 씨가 원하는 노선에 이미 기사들이 배치돼 있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교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회사가 조치를 미루는 사이 가해자는 형이 과하다며 법원에 항소했고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