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의 과도한 흡연·음주·문신 노출 관련 규제 형평성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에서 주연 배우 수지의 잦은 흡연 장면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방송법상 지상파와 케이블TV에서는 직접적인 흡연 장면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현재 OTT는 별다른 제재 없이 노출이 가능하다. 청소년 흡연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팔을 걷어붙인 요리사의 팔뚝에는 문신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요리하는 중간에 욕설이 거침없이 나오기도 한다. 특정 회사 제품 브랜드 노출도 심심찮게 이뤄졌다.
 
이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나타난 모습이다. 지상파 방송이나 종합편성채널이었다면 당장 심의에 걸렸을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12세이상 관람가로 넷플릭스톱10에서 비영어TV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국내를 포함해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4개국 1위를 포함해 총 18개국에서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한국 제작 예능이 3주 연속 글로벌 1위를 하는 신기록을 쓰기도 했다.
 
일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넷플릭스가 훨씬 크지만, 규제는 지상파·종편에 집중돼 있다. 비대칭 규제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그러자 방송콘텐츠 내용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31일 한국방송학회와 한국미디어정책학회 주최로 열린 유료방송시장 정상화를 위한 공정경쟁 환경 조성 방안 세미나에서는 방송콘텐츠 내용 규제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다.
 
발제자로 나선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는 “내용규제를 하는 이유는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이라며 “시청자는 방송으로 생각하고 시청하는데 OTT 콘텐츠에 대한 법과 제도는 방송이 아니라는 이유로 규제를 하지 않아 규제 효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방송 규제원리는 주파수의 희소성에서 비롯됐다. 주파수가 희소하기 때문에 방송은 사회적 공익을 담보해야한다는 책무가 부과됐던 것이다.
 
그러다 OTT가 등장했고 미디어 환경은 TV방송에서 OTT 등 신유형 미디어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에 더해 TV에서도 버튼 하나로 시청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기술 발달로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주파수의 희소성은 점차 사라졌고, 전통적인 방송규제 원리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내용 규제에 있어 실시간 방송, 지상파 등 TV 채널에 대한 강한 규제가 이뤄졌던 것은 실시간 전송 및 TV방송 채널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디어 생태계가 OTT 중심으로 재편됐고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도 OTT가 더 크다.
 
심 교수는 “내용 규제를 하는 목적 중 하나는 유해 콘텐츠로부터 어린이,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인데 이제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 TV방송에 집중되는 상황이 됐다”며 “1020대의 OTT 이용률은 90%가 넘는데 내용규제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거시 미디어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현재의 내용 규제는 영향력이 큰 매체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못하고, 영향력이 작은 매체에 대해서만 규제가 이루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콘텐츠 내용규제 개선을 위해 융합미디어에도 미디어 책무성을 부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국내 시장만 있었을 때는 규제가 유의미했고 긍정적 영향이 있었다”면서 “실기한 것은 융합미디어가 왔을 때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OTT 영향력에 비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OTT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반면 영향력은 더 크다”며 “특히 글로벌 OTT 사업자는 영향력에 비해 별다른 규제 없이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서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내용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선정과 폭력성에만 초점을 뒀다는 비판이 있다”며 “이제는 혐오나 비속어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잇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전은선 홈초이스 팀장은 “TV방송 규제를 OTT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시장 상황이 변화한 데 반해 규제변화의 속도가 너무 더디다. 모든 유료방송이 위축됐다. 골든타임을 놓쳤지만 콘텐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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