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대 연구팀, 명확한 정의 없던 ‘세포 사멸’ 수식화할 방법 내놔…”죽었다 살아나는 것이 왜 죽는 것에 비해 어려운지 밝힐 것”
모든 생(生)은 종말을 맞이한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 조직인 세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포의 죽음’이 정확히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를 구체화한 정의는 없었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포가 원래 기능하던 상태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때 이를 ‘죽음’이라고 정의한다.
유스케 히메오카 일본 동경대 생물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세포 사멸’의 상태를 수학적으로 정의해 논문 사전 게재사이트 ‘아카이브 엑스(ArchiveX)’에 발표했다. 세포가 스스로 사멸되거나(세포 자살·아포토시스) 괴사한다(네크로시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세포의 ‘죽은 상태’ 자체를 정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한다.
심장이 뛰고, 숨을 쉰다는 건 인간이 살아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심장 박동이 멈추고 호흡이 중단되면 인체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에 산소가 더 이상 공급되지 않고, 그 결과 세포들은 점차 사멸돼 간다. 세포 사멸로 장기들의 기능이 완전히 멈춘 이 상태를 일반적으로 ‘죽음’이라고 정의한다.
이처럼 생명체의 죽음을 정의하려는 시도는 지속돼왔지만, 정작 세포 수준의 죽음을 정의한 적은 없다는 게 연구팀의 시각이다. 연구팀은 “우리는 산 것과 죽은 것을 구별할 순 있지만, (이 기반이 되는) 세포의 죽음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공식’이 없다”며 “세포 사멸이 실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건 생물학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연구 동기를 밝혔다.
연구팀은 효소 반응을 이용해 세포 사멸을 정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효소는 생체 내 화학반응을 매개하는 단백질 촉매다. 세포 내에 존재하는 효소들은 외부 물질과 결합해 세포에 변화가 생기도록 반응을 끌어낸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암세포의 특정 효소를 겨냥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이유다.
연구팀은 이 점에 주목했다. 어떤 생화학적 방법을 가하더라도 효소의 활동이 조절되지 않을 때, 이를 “세포가 명백히 죽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연구팀은 “잠재적으로 죽었을 가능성이 있는 세포에 생화학적 조절을 가할 때, 원래 기능하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는 세포가 죽은 상태”라고 했다. 또 효소 반응은 생화학적 분석법을 통해 정량화할 수 있는 만큼, 세포의 죽음 역시 수치로 나타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장기적인 목표는 생과 사의 본질적인 차이를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며 “살아있는 상태에서 죽은 상태로 가는 건 그토록 쉬우면서, 왜 죽은 상태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바뀌는 건 어려운지를 생물학적으로 밝혀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고 믿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닐 수 있다”며 “죽음을 좀 더 통제할 수 있다면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