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5㎞ 고도에서 풍선에 매달려 지상을 촬영하도록 고안된 고성능 카메라가 미국에서 개발됐다. 비행기와 인공위성 고도 사이에서 사각지대로 남아 있던 성층권을 활동 무대로 삼는 새로운 촬영 장비다. 워낙 고공을 날기 때문에 서울 1.7배 면적의 넓은 땅을 찍을 수 있어 새로운 방식의 항공 촬영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지 스페이스닷컴은 자국 스타트업 ‘니어 스페이스 랩스’가 높은 고도에 띄워 지상을 넓게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니어 스페이스 랩스가 ‘스위프티’라는 이름을 지은 이 카메라는 5.4㎏짜리 소형 장비다. 비교적 가볍다. 그렇지만 촬영 성능은 좋다. 가로와 세로 각 7㎝를 점 하나로 보는 해상도를 갖고 있다. 니어 스페이스 랩스는 “기존에 비행기를 이용한 항공 사진 품질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런 스위프티를 공중에서 작동시키는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선 헬륨 등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가 들어간 풍선에 묶어 고도 18~25㎞ 사이 성층권까지 상승시킨다. 여기까지 도달하면 스위프티는 사람이 일일이 원격 조작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특정 장소를 찾아내 찍는다.
지금도 비행기로 항공 사진을 찍기는 한다. 하지만 스위프티만큼 높은 곳에서 촬영하지는 못한다. 산소를 빨아들여 돌아가는 제트엔진을 단 상업용 항공기 비행 고도는 최대 10㎞를 넘지 않아서다.
스위프티가 활동하는 성층권은 워낙 높기 때문에 한 번 비행 때 찍을 수 있는 면적이 넓다. 니어 스페이스 랩스는 “1000㎢를 촬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면적(약 600㎢)의 1.7배다.
지상을 넓게 찍고 싶으면 고도 수백㎞를 도는 인공위성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발사와 운영에 최소 수백억원이 든다. 스위프티가 현실적인 대안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니어 스페이스 랩스가 스위프티의 주요 고객으로 보험사를 지목하고 있는 점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대규모 자연 재해가 잦아지면서 넓은 피해 면적을 촬영해야 할 일이 보험사에서 늘어나고 있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니어 스페이스 랩스는 “현재 많은 보험사들은 1950년대부터 유지된 항공기를 이용한 촬영에 의존하고 있다”며 “스위프티를 통해 보험사는 변화하는 지상 상황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