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주민들이 보는 관영매체를 통해서도 ‘한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 주장을 이어갔다. 우리 군은 기본적으로 군에서 무인기를 보내진 않았지만 민간단체 등이 무인기를 띄웠을 가능성 등은 열어놓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번 북한 주장이 대남(對南) 도발용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북한 노동신문은 1면에 ‘주권사수, 안전수호의 방아쇠는 주저없이 당겨질 것’이라는 외무성 중대성명 전문을 그대로 보도했다. 통상 북한은 긴급한 주요 사안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알린다. 주요 사안 가운데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민감한 사안이 있으면 주민들이 아침에 보는 ‘노동신문’에선 제외된다.

이번에 노동신문을 통해 ‘한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 주장을 이어가는 배경은 ‘김정은 지시’에 따라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헌법에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의 표현을 삭제하고 새로운 북한의 영토·영해·영공을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중대성명을 통해 “한국은 지난 10월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이 국경지역에서 기구에 의한 반공화국 삐라 살포 행위를 감행하는 것도 모자라 군사적 공격수단으로 간주될수 있는 무인기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 상공에까지 침입시킨 사건은 절대로 묵과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중대도발”이라고 했다.

외무성은 “이번 령공(영공) 침범사건은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엄중한 범죄행위이며 자위권 행사의 명백한 대상으로 된다”며 “대한민국이 자멸을 선택한 것이고 멸망을 재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성과 총참모부, 군대의 각급은 사태 발전의 각이한 경우에 대응할 준비에 착수했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모든 공격수단들은 임의의 시각에 즉시 자기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된다”고 했다.

다만 우리 군은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우리 군이 무인기를 보냈다면 평양에서 북한의 레이더망에 포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우리 군의 설명이다. 민간단체가 보낸 무인기일 가능성 등에 대해선 입장을 열어놓은 상태다.

합동참모본부는 외무성 중대성명 이후 국방부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북한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비열하고 저급하며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오물·쓰레기 풍선 부양 등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에게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만약 어떤 형태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하고 처절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도 북한의 발표가 여러 의문점을 지닌다며 사실관계 확인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북한은 그동안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다양한 공작이나 허위사실 등을 유포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외무성 명의는 ‘적대적 두 국가’에 따른 조치로 해석되지만 북한군 명의가 아닌 것이 의문점”이라며 “북한군이 우리 무인기를 발견하거나 추락한 잔해도 확인했는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만약 민간단체가 보내지 않았는데 북한이 저런다는 건 본격적으로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무인기 등 어떤 형태로든 도발하겠다는 것”이라며 “민간단체가 보냈다면 말 그대로 최후통첩”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의 자작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김정은이 지시한 ‘적대적 두 국가’를 헌법에 명시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관련 명분을 쌓는 작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