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항암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예방을 위해 매일 먹는다며 적극 추천해 논란이 됐던 약물이다. 가격이 한 알에 몇백 원 수준으로 저렴한 데다 대량생산하기도 쉬워서 ‘게임체인저’가 될지 주목된다.

조 딜레이니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4일(현지시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약물 재창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 사이클’에 발표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1930년대에 개발된 말라리아 치료제다.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도 쓰인다.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연구개발(R&D) 블루프린트’에서 코로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언급되며 주목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WHO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주목한 것은 세포 내에서 불필요한 단백질과 세포 구성성분들을 분해하는 자가포식(오토파지) 기능을 저해하는 원리 때문이다.

자가포식은 세포 내 노폐물을 청소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세포는 더 이상 쓸모없는 단백질이나 세포 내 소기관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한다. 2016년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자가포식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그 기능을 밝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바 있다.

과학자들은 2000년대 중반 자가포식을 차단하는 기능에 주목했다. 암 세포 역시 자가포식을 통해 세포 내 노폐물을 청소하며 분열하기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통해 이 경로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암 세포가 내성을 갖는 것이 문제였다.

연구팀은 암 세포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내성을 갖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난소암과 대장암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암 세포의 자가포식을 차단하는 기능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