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장에서 지지자들 간 몸싸움이 발생했다.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 대한 ‘법무부장관 시절 여론조성팀(댓글팀) 운영’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한 후보를 비난하는 경쟁 후보 측과 한 후보 지지자가 신경전을 벌이다 물리적으로 충돌한 것이다. 250여명의 경찰 병력이 질서유지 목적으로 투입되는가 하면, 연설회 도중 야유와 고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1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를 했다. 이날 한 후보가 정견발표를 시작하자, 일부 참석자들은 “배신자! 꺼져라!”고 외쳤다. 당직자들이 이를 말리자, 한 후보는 “그냥 두시라. 소리쳐도 괜찮다”고 만류했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가 또다시 “배신자”라고 외치며 의자를 집어던지려 했고, 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이를 제지하면서 양측이 거세게 충돌했다.
한 후보는 “제게 배신자라고 외치는 건 좋지만 다른 분의 의견을 묵살하지 말아달라. 다른 분에게 폭행하지 말아달라”며 “우리 정치가 보일 모습은 이런 수준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정치는 이 수준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재차 중재했다. 또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길은 이견 속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거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우리가 그 길로 가야 한다. 실용주의와 유연성을 갖춘 정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元, 韓 댓글팀 의혹 거론하며 “드루킹 사건”
이날 연설회에서 한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댓글팀 운영 의혹을 두고 또다시 충돌했다. 원 후보는 연설에서 “최근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우호적 여론을 만들기 위한 여론조성팀이 있었고, 심지어 댓글팀까지 있었다는 폭로와 보도가 있었다”며 “실제 존재한다면 중대 범죄 행위다. 드루킹 사건을 떠올리면 된다”고 했다.
드루킹 사건은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주도로 이뤄진 ‘여론 조작’ 사건이다. 김 전 지사가 개입한 가운데 드루킹(김동원) 일당이 문재인 당시 후보에 유리한 내용의 포털사이트 댓글과 검색어 등을 조작했었다. 이 사건으로 김동원씨는 징역 3년 6개월, 김 전 지사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정치권에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 사건’으로 꼽히며, 보수 진영이 문재인 정부 정통성을 공격하는 빌미가 됐었다. 그런데 원 후보가 같은 당 한 후보 의혹을 ‘드루킹 사건’에 비유한 것이다.
원 후보는 “야당도 당장 ‘한동훈 특검법’에 이 내용을 추가해 특검하자고 한다”며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중대한 사법 리스크로 인해 정상적인 대표직 수행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 후보가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 대안을 제안한 데 대해서도 “당대표와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이 같다면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은 절대 받아선 안 된다”고 했다.
반면 한 후보는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댓글을 단 게 잘못인가”라며 “돈을 주고 고용하거나 팀을 운영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민주당이 댓글팀 의혹을 강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자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을 폄훼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법이 아닌 방법으로 지지를 표현하는 게 범죄인 양 폄훼하는 게 정치인의 자세인가”라고 했다.
나경원 후보도 한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한 후보가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경우 내년 9월에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이번에 또 1년짜리 대표 뽑으면 1년 뒤에 비상대책위원회, 전당대회”라고 했다. 이어 “대권 욕심 때문에 대통령과 각 세우고 분열하는 사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씌운 국정농단과 당무 개입을 스스럼 없이 말해 ‘이재명 당’에 빌미 주는 후보는 위험하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줄 세우기가 우리 당의 썩은 기득권”이라며 “기득권에 물든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당원의 이름으로 질책해달라”고 했다.
전당대회를 총괄하는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후보 연설에 앞서 “상호 비방만 가득한 모습에 당원과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최근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여론조사가 보도돼 경선을 더욱 혼탁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한 후보 캠프가 자체 진행한 당원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가 과반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언론 보도를 가리킨 발언이다. 이에 한 후보 지지자들은 서 위원장을 향해 “사퇴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