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차를 몰 땐 ‘질주’를 즐기던 젊은 운전자가 왜 부모님을 모실 땐 ‘정속 주행’할까. 사람은 타인의 존재를 반영해 자신의 의사결정을 조정하며, 타인의 성향을 잘 맞춰주는 사람일수록 뇌의 특정 부위 간 연결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UNIST(유니스트)는 정동일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타인의 존재가 개인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뇌과학적으로 분석, 국제 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의 성향에 따라 자신의 의사결정을 조정한다. 연구팀은 “타인의 존재가 ‘위험선호적’ 선택을 강화한다는 학계 중론을 뒤집는 결과”라고 했다.

또 타인의 성향을 자신의 의사결정에 잘 반영하는 사람일수록 측두 두정엽접합부(TPJ)와 내측 전전두엽피질(mPFC) 영역의 기능적 연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적 연결성은 서로 다른 뇌의 영역이 특정 작업을 수행할 때 동시에 활성화돼 협동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참가자 43명을 대상으로 3단계 실험을 진행했다. 1단계에서는 100%의 확률로 일정 금액을 받는 안전한 옵션과, 정해진 확률(각 25%, 50%, 75%)로 받는 금액이 다를 수 있는 위험한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참가자의 위험 선호도를 측정했다.

이어진 2단계에서는 참가자가 파트너의 성향을 학습하도록 했다. 짝을 이룬 두 사람 중 한 파트너는 위험 선호적, 다른 파트너는 위험 기피적인 성향이 있다. 참가자들은 사전 정보 없이 파트너의 선택을 추론하고, 피드백을 통해 이를 학습했다.

3단계에서는 위험선호적, 또는 위험기피적 파트너가 각각 있거나 파트너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1단계와 동일한 게임을 진행했다. 1, 3단계 실험은 뇌 활성 영역을 분석할 수 있는 기능성(f) MRI(자기공명장치) 안에서 이뤄졌다.

실험 결과, 위험선호적인 파트너와 함께한 참가자들은 혼자 결정할 때에 비해 위험한 옵션을, 위험회피적인 파트너와 함께한 참가자들은 안전한 옵션을 더 많이 고르는 경향을 보였다. 파트너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행동을 한 것.

fMRI 결과를 분석해보니 내측 전전두엽피질 영역은 파트너의 존재를 인지할 때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측두 두정엽접합부 영역은 의사결정을 내릴 때 활성화됐다. 또 파트너가 있을 때 두 영역의 기능적 연결도가 높아지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의견이나 성향을 자신의 의사결정에 많이 반영했다. 두뇌 영역은 모두 ‘사회적 뇌’라고도 불리는 영역이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람의 본질인 선호도는 변화시킬 수 없지만, 사회적 영향력을 통해 개인의 의사 결정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한국뇌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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