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주요 결정을 내려온 전쟁 내각을 새로 구성하지 않기로 했다. 중도 성향인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가 네타냐후 총리의 내각 운영을 비판하며 사임한 지 일주일 만의 결정이다. 극우 인사들이 간츠 대표의 자리를 자신이 대체하겠다고 물밑에서 작업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을 해체했다는 점에서 극우와 거리 두기를 택했다는 분석과 극우 인사를 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실제로는 온건한 인사를 주요 결정 테이블에 충원하지 않아 본인의 입김을 키웠다는 분석이 공존한다.
팔레스타인 측에서만 12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자 전쟁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휴전 성사를 절실히 바라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내부의 지배구조 변화가 향후 이스라엘의 판단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시나리오 1 – 극우와 거리 두기:휴전 기대 늘어
먼저 네타냐후 총리의 행보가 극우와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평가가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앞서 간츠 대표가 전쟁 내각에서 사임한 직후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이자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은 자신을 간츠 대표 대신 전쟁 내각에 포함시켜 달라고 내·외부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극우 연정의 사실상의 압박을 묵살했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TOI)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 관련 현안을 앞으로 소수 인사들이 참여하는 ‘특별 회의’에서 논의한 뒤 안보 내각의 추인을 받아 결정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 특별 회의에는 벤그비르 장관이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일대에서 ‘주간 전투 중단’ 조치를 발표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이스라엘군의 해당 조치가 극우 연정 내부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짚었다. BBC에 따르면 벤그비르 장관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사람을 ‘사악한 바보’라고 지칭했다.
휴전이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극우 연정 파트너들의 ‘하마스 섬멸’ 요구 때문에 휴전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타협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는 휴전과 관련한 이스라엘의 결단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부추긴다.
시나리오2 – 美 압박에 보여주기식:휴전 기대 감소
반대로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인사를 배제했다는 인상을 줬지만 결국에는 온건파의 주장 역시 힘을 잃은 셈이고, 좀 더 크게 보면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의 과반이 극우 연정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가 강경한 태도를 눈치 보지 않고 밀어붙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눈치를 본 ‘보여주기’라는 평가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간츠 대표가 전쟁 내각 사임 의사를 밝혔을 때 재고를 요청했지만 실제 대화에 나서지는 않았다. “다른 중도 성향 인사들이 내각에 합류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지만, 결국 전쟁 내각에 온건 인사를 들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전쟁 내각이 없으면 네타냐후 총리는 크네세트에서의 의석수 우위를 기반으로 자신이 원하는 결정을 쉽게 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은 크네세트 120석 가운데 64석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