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네오 QLED 8K’ TV가 지난달 31일 미국 타임지 선정 ‘2024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됐다. 밀리미터(㎜)의 얇은 두께에 물체를 코앞에 둔 듯 선명한 디스플레이, QLED의 강점을 그대로 실린 이 제품의 뒤엔 원천기술인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이 있다. 학계는 퀀텀닷이 디스플레이 시장을 넘어 심장병 치료·예방 등 디지털 헬스기기 시장까지 장악할 것으로 내다본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유명한 말씀이 있다. 소자의 성능은 물질이 좌우한다고.” 김대형 IBS(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 부연구단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더 편한 세상 만드는 나노기술 제작소’ 주제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QLED(Quantum Dot LED)는 말 그대로 수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의 퀀텀닷을 반도체 소자로 쓰는 디스플레이다. 퀀텀닷은 입자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을 흡수하거나 방출해 다양한 색을 내는 게 특징이다.

김 부연구단장은 “폴더블(foldable) 이후 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쟁 포인트는 고무처럼 화면을 늘리고 줄일 수 있는 ‘스트레쳐블(stretchable)’과 선명한 ‘색 순도’ 구현인데, 이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소자가 퀀텀닷”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건희 회장의 말처럼) 이는 매우 질 좋은 나노 물질을 생성해 잘 합성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덧붙였다.

IBS 나노물질연구단은 나노 물질을 생성해 정교하게 합성하는 전반 기술을 연구한다. 세계 최초로 나노물질 대량생산 기술을 발표해 매해 노벨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현택환 서울대 교수가 단장이다. 현 교수 연구실이 만든 나노물질을 합성해 월등한 성능의 소자로 제작하는 연구실이 김 부연구단장의 팀이다. 특히 김 부연구단장은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의 핵심이 되는 부드러운 연성(軟性) 나노소자의 대가다. 얇은 소자를 잡고 늘려 원형에서 최대 50%까지 늘어나는 LED를 만든 바 있다.

하지만 김 부연구단장은 디스플레이가 아닌 의료기기 시장에 주목한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노령화가 가속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사실 손목에 차는 형태의 스마트워치로는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체에 직접 부착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부착형 의료기기가 개발되고 있고, 이 기기는 전기적 특성이 있는 연성 나노소자로 만든다”고 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심장질환으로 죽는 환자가 가장 많은 만큼 심장 디바이스 시장이 가장 큰데, 전 세계가 미국식 생활 습관과 유사해지고 있기 때문에 심장 디바이스 개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국내 대학병원에서도 심장에 전기 자극을 주는 전극 여러 개를 부착하는 방식의 심장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했다. 심장을 구성하는 작은 부위마다 전극을 부착해 심전도를 세밀히 관찰하고, 문제가 생긴 부위만을 겨냥해 외부에서 빠르게 제어하는 식의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김 부연구단장은 “이같은 디바이스를 개발하려면 매우 좋은 나노 소재를 먼저 만들어야 하고, 얼마나 대용량으로 나노 물질을 생성해 합성할 수 있는지가 (성과를 좌우할)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노소재연구단이 이미 대용량 나노 생산 및 합성 기술을 보유한 만큼, 의학 연구진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심장 디바이스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