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최고 시청률 50%를 넘으며 전 국민을 삼순이 열풍에 빠트렸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지난해 9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전설의 히트작을 귀환시키려 할 때 고민거리는 화질이었다. 2000년대의 SD 화질을 현재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4K로 전환하는 작업에 한 편당 1주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이때 인공지능(AI) 화질 솔루션 업체 포바이포의 픽셀(PIXEL)이 해결책으로 등장했다. 픽셀을 활용하니 한 편당 수정 시간은 40분으로 줄어들었고, 총 비용 역시 90%를 줄일 수 있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 본사에서 만난 윤준호(사진) 포바이포 대표는 픽셀이 일련의 기술 검증(PoC)을 마치고 수익 창출을 위한 도약의 단계에 올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클라이언트들에게 AI 솔루션 결과물을 보여주면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만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돌아온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고객들에게 의심되시면 저희가 마련한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직접 테스트 해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FHD 30프레임 기준으로 1분짜리 영상을 넣으면 30초 만에 왜곡 없는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픽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의 근거는 포바이포가 화질 개선 작업을 수행하며 쌓아온 기술력과 고화질 영상 데이터에 있다. 윤 대표 자신부터가 대학 졸업 후 화질 개선과 시각효과(VFX) 작업에 종사하며 ‘설국열차’ ‘옥자’ 등 영화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다. 그는 요즘도 직원들과 더 좋은 화질 개선 방법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윤 대표는 화질 개선이 시청자에게 몰입감을 제공하는 종합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노이즈 제거를 과하게 하거나 채도·명암비를 무작정 올리면 눈이 아프다는 불만만 커질 뿐이죠. 시행착오를 거친 포바이포의 노하우를 AI에 담은 것이 픽셀입니다.”
픽셀의 개발 배경에는 윤 대표가 미디어 업계에서 종사하며 겪었던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다. 그는 “이 일이 좋아서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밤샘 작업과 부족한 보수를 업계 후배들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 사정이 나아지자, 포바이포는 휴일 다음 날 오후 1시 출근 제도를 도입해 근무 부담을 줄였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스톱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지급했다.
지난 2022년 상장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포바이포에게 흑자 전환은 여전히 남은 과제다. 이 기간은 수익 창출을 위해 바닥에서부터 사업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 과정에서 발굴한 사업이 픽셀의 또 다른 슈퍼 기능, 영상 용량 절감 기술이다. 비트레이트(초당 처리하는 데이터 크기)를 50%까지 절감해, 저장공간과 데이터 전송 비용을 줄이는 기술을 통해 인터넷 환경이 열약한 개발도상국을 공략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윤 대표의 포부를 들었다. “별도 교육을 받지 않아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으로 작업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창작자와 VFX 전문가들에게 작업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일단 픽셀의 사업성 부터 증명해야겠죠. 올해가 픽셀이 본격적으로 돈을 버는 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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