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기침을 발작적으로 일으키는 백일해가 소아·청소년 사이에 폭증하더니 올해 누적 환자가 최근 5년 평균의 90배 수준에 육박했다.
 
1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백일해 환자 수는 6일까지 6986명으로, 2019~2023년 5년간 평균(80명)의 87배가 넘는다. 백일해 환자는 올해 4월 중순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6월에 급증했다. 환자 증가세는 7월에 주춤해 26주차(6월 23~29일) 1567명에서 27주차(6월 30일~7월6일) 1574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높다.

대한아동병원협회에 따르면 백일해는 보르데텔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100일 동안 기침(해·咳)을 할 정도로 증상이 오래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잠복기는 4~21일(평균 7~10일)이며 ‘웁’하는 숨소리, 발작, 구토 등 증상이 동반된 기침을 14일 이상 하는 게 특징이다. 기침이 심해 얼굴이 빨개지고 눈이 충혈되며, 기침 끝에 구토가 동반되고 끈끈한 점액성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고 전염력이 다른 소아 감염 질환보다 강하다. 환자는 항생제 치료 시작 후 5일 동안 호흡기 격리가 필요하다. 항생제 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침을 시작한 후 3주간 격리해야 한다.

올해 국내 환자 대다수인 91.9%는 7~19세의 학령기 소아·청소년이었다. 6세 미만은 1.8%, 1세 미만이 6명 있었는데 회복됐다. 지역별로는 경기(22.8%), 경남(20.8%), 인천(13.5%), 서울(9.7%) 순으로 환자 발생이 많았다. 환자 중 21.5%는 발작성 기침 증상이 있었고, 16.7%는 ‘웁’ 소리가 증상으로 나타났다. 21.4%는 입원했다. 질병청은 2011년 이후 사망자 집계를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1명도 없다.

백일해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6일까지 전년 동기보다 3.2배 많은 7847명의 환자가 보고됐고, 영국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5월말까지 7599명의 환자가 발생해 1세 미만 환자 중 8명이 사망했다.

한 어린이가 엄마 품에 안긴 채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백일해는 백신(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DTaP)으로 예방할 수 있다. 생후 2개월과 4개월, 6개월에 3차례 기초접종이 실시되며 생후 15~18개월, 4~6세, 11~12세, 매 10년마다 추가접종을 한다.  질병청은 12일 국내 관련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백일해 유행 대응 전문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적기에 기초접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3기 임신부, 면역저하자, 중등증 이상 만성폐쇄성 폐질환자, 영아 돌봄 종사자, 65세 이상 성인 등에게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할 것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1세 미만 고위험군 발생은 매우 적으며, 국내 예방접종률이 높고 신속한 진단·치료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국민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다만 1주 이상 기침하거나 확진자 접촉 이후 증상이 있을 땐 마스크를 착용하고 신속하게 진료를 받는 것이 조기 치료와 전파 예방에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민간의료기관 백일해 양성검체에 대한 전수 공공 분석을 신속하게 추진하며 유행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학교와 가정에서는 소아·청소년이 일상생활에서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기침 예절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도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

대한아동병원협회도 “백일해 유행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며 “특히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에서 발생이 많아 ‘비상 상태’”라고 강조했다. 최용재 아동병원협회장은 “증상이 있을 경우 아동병원을 비롯해 소아의료기관을 내원해 반드시 조기 치료해야 한다”며 “학교나 유치원 등 집단생활을 하는 곳이나 환자와 밀접한 접촉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연령, 예방 접종력, 증상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예방적 항생제 사용을 포함한 선제적 대응을 통해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