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AI(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해 환자 맞춤형 치료제를 만들고 AI 기반 이미지 진위 식별 기술로 딥페이크(AI 기반 이미지 합성) 위협이나 가짜 정보 확산을 막는다.”

국가 슈퍼컴퓨터를 개발·운영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2024 미래유망기술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이 처럼 다가올 미래를 변화시킬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분야 10대 미래 유망 아이템을 발표했다.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미래유망기술컨퍼런스는 미래를 좌우할 핵심 유망기술을 발굴하고 그 기술들의 사업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특히 이번 행사는 챗GPT의 등장으로 촉발된 생성형 AI 열풍이 글로벌 기술경쟁으로 한층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 ‘미래를 여는 AI’를 주제로 잡았다.

KISTI가 선정한 기술은 △AI 칩셋 설계 솔루션 △노코드 AI 플랫폼 △AI 기반 건전성 예측 및 관리 솔루션 △페이크 이미지 탐지 솔루션 △지능형 디지털치료기기 △AI 기반 유전자치료제 개발 플랫폼 △합성생물학 기반 대체식품 △양자이득 검증 및 활용 솔루션 △양자암호통신시스템 △양자자기센서다.

이 가운데 AI 칩셋 설계 솔루션은 AI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AI 특화 연산, 병렬 처리, 전력 효율성 등에 최적화된 반도체 프로세서를 설계·개발하고, 이 반도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운영·개발 환경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것이다.

김한국 KISTI 데이터분석본부 기술사업화연구센터 팀장은 “클라우드 컴퓨팅 등 HPC(고성능컴퓨팅) 수요가 증가하고 산업 로봇 등 AI 적용 산업이 확장되면서 AI 칩셋 설계 솔루션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연평균 20.8%씩 성장해 2028년엔 1318억 달러(약 182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코드 AI 플랫폼은 비전문가들도 코딩 없이 AI 모델을 개발, 훈련, 배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며, 페이크 이미지 탐지 솔루션은 AI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활용해 이미지 합성·변조 여부를 분석해 진위를 식별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콘텐츠의 신뢰성을 높이고 허위 정보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기반 유전자치료제 개발 플랫폼은 DNA(유전자) 혹은 RNA(리보핵산) 형태의 유전물질을 생체 내에 전달해 표적 유전자의 발현 조절과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AI 기술을 도입해 개발을 가속화·고도화하는 서비스다.

기후 변화, 식량 부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유전체를 설계해 기존 식품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합성생물학 기반 대체식품 기술도 유망아이템에 포함됐다.

이밖에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원자나 전자의 스핀 상태 변화를 감지해 자기장의 미세한 변화를 매우 높은 정밀도로 측정하는 양자자기센서도 의료, 항공우주, 자원개발 분야 초정밀 측정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얻어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할 기술로 뽑혔다.

KISTI는 또 ‘AI 이후 시대를 대비하는 미래유망기술 10개’를 선정했다. 선정된 기술은 △신뢰·보안을 강화하는 AI 혁신기술 △광자 및 뉴로모픽 △AI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및 신경영상 기술 △AI 기반 의료 영상 진단 및 예측 기술 △인간-AI 로봇 시스템 상호작용의 신뢰성 확보 기술 △AI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문제 해결 기술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예측 및 지구자원 관리 기술 △기후변화와 생태계 대응을 위한 탐지와 모델링 기술 △농업 지속 가능성 및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한 AI 기술 △순환경제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AI 기술이다.

김소영 KISTI 미래분석센터 팀장은 “최근 들어 AI 머신러닝, 원격 탐사 기술을 융합해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변화를 정밀 모니터링하고,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예측·분석·모델링해 지속가능한 생태계 관리·보존을 지원하는 혁신적 환경 모니터링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2027년까지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대한민국 AI 혁신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으며, 이날 나온 미래유망기술 분석 자료를 참고해 AI 산업 육성과 AI 융합 인재 양성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문애리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이사장은 “모든 산업의 성공적인 AI 도입 여부와 속도가 국가 경제 성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대두한 만큼 성장하는 AI 산업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인재가 참여하는 AI 인재풀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이사장은 “한국은 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가 세계 1위이나 인력 다양성은 매우 낮은 실정으로 전체 연구원 중 여성은 21.4%, 외국인은 3.2% 정도”라고 지적했다.

또 “AI가 인간의 편견, 혐오, 차별을 답습하는 문제가 계속되면서 데이터 편향성 관련 윤리가 비즈니스 전략 차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혁신적이고 포용적이고 모두에게 이로운 AI의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은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국가 전략기술 분야 전문가 특강에선 나군호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이 생성형 AI 시대에 헬스케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국내외 사례와 네이버 솔루션 방향을, 유회준 카이스트 교수가 현재 AI 반도체 설계 연구의 이슈와 미래 AI 반도체 전망 및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