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자회사를 설립해 통신망 설치·유지·보수 업무 담당 직원 3780명을 재배치하기로 하자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직원 수천 명을 자회사로 보내는 것은 구조조정과 다름없으며,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도 없었다는 비판이다. KT 1노조인 KT노동조합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6일 철야농성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KT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인력구조 혁신 방안’ 안건을 통과시켰다. KT는 2025년 1월 자회사 KT OPS와 KT P&M을 설립하고, 통신망 설치·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4800여 명 중 3780명을 재배치할 계획이다. 자회사 재배치를 원하지 않는 직원을 대상으론 특별 희망퇴직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인사를 두고 KT노동조합과 KT전국민주동지회, KT새노조 등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KT가 지난 8일 KT노동조합에 ‘인력구조 혁신 방안’ 계획을 통지하기 전까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으며, 김영섭 대표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인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음에도 이를 번복했다는 것이다.
KT노동조합 간부 300여 명(주최측 추산)은 16일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KT의 ‘인력구조 혁신 방안’은 사실상 구조조정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인관 KT노동조합 위원장은 “구조조정안이 어찌 나올지 이달 8일에 듣게 됐다”며 “지난해 선거유세에서 ‘위원장직을 걸고 구조조정을 막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윤철 KT서부지방본부 위원장은 “10년 전인 2014년 구조조정으로 8000여명이 회사를 떠났는데, 이번 구조조정이 실행된다면 다음엔 KT라는 이름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KT노동조합 관계자는 취재진에 “이번 인사 결정은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조직개편 대상이 아닌 직원들도 주변 동료들이 대상이 되면서 어수선해하고 있다”며 “아직 회사와 협의가 단절된 상황은 아니다. 긴밀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구성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KT노동조합은 15일 철야농성을 했으며, 16일 회사와 협상이 완료되지 않으면 철야농성을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KT노동조합의 집회에 앞서 KT전국민주동지회 역시 KT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를 비판하고 나섰다. 도진욱 전국민주동지회 의장은 “회사는 이번 결정을 ‘인력구조 합리화를 위한 계획’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직원 퇴출이자 구조조정”이라며 “현장에선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김영섭 대표는 이번 결정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아니라 신규채용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KT새노조는 지난 14일 KT 직원 591명을 대상으로 긴급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 95%는 ‘인력구조 혁신 방안’에 반대의 뜻을 표했다. 응답자 84%는 ‘인력구조 혁신 방안’이 회사의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했다. KT새노조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이번 구조조정은 KT의 핵심 경쟁력인 전국 네트워크와 숙련된 인력을 해체하는 것”이라며 “AICT 시대를 맞아 고품질 네트워크와 기술력 있는 노동자들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에, 오히려 이를 약화시키는 결정은 KT의 미래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노상규 공공운수노조 방송통신협의회 공동의장(민주유플러스지부 지부장)은 “대한민국 통신사업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KT가 전체 인원 3분의 1을 구조조정하겠다고 한다. 구조조정 대상은 주로 통신회사의 근간을 이루는 엔지니어”라며 “통신 제반 시설을 운영·관리하는 노동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구체적인 인적 구조 혁신 방안은 노조와 협의할 예정”이라며 “고용안정성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 직무와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며 합리적인 수준의 처우, 보상, 고용연장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KT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AICT 회사로의 전환을 위한 인력구조혁신”이라며 “효율화가 필요한 일부 직무 및 인력을 재배치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