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망 사용료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재점화된 가운데 국내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횡포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망 사용료 외에도 여러 역차별 사례가 있었지만 매번 그냥 넘어갔다는 지적이다.

31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기업 간 역차별은 2010년 선탑재 논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스마트폰에 자사 앱(애플리케이션)을 선탑재하면서 경쟁 서비스를 배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내 기업들의 제소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으나 3년여 만에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

이후 EU(유럽연합)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구글의 선탑재 강제에 대한 제재와 과징금 부과가 이어졌다. 그러자 정부도 2021년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과징금 2074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정부의 제재가 늦은 탓에 선탑재 앱들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인터넷 서비스들은 이미 힘을 잃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음원 저작권료 규정 회피도 오랜 논란이다. 2018년 정부가 음원 저작권료 징수 규정을 변경해 음원 창작자의 수익 배분율을 상향 조정하면서 국내 음원 서비스업체의 저작권료 부담이 증가했지만 구글과 애플은 음악 전문 서비스가 아니라는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저작권료 추가 지급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음악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최근 유튜브 프리미엄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구글이 유튜브 유료 멤버십인 프리미엄 가입자에게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면서 국내 음악 플랫폼 이탈자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공정위가 이 사안에 대해 조사를 마치고 곧 제재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그 사이 유튜브 뮤직의 시장 점유율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다.

조세회피 논란도 있다. 국내에서는 외국계 회사들에 매출 보고를 강제할 국내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2018년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처럼 감사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이 시행되면서 구글코리아,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도 2020년부터 감사보고서를 통해 경영실적을 공개하고 있으나 금액의 크기가 국내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IT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국내에서 수조 원의 매출을 일으키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이를 기술력 확보와 재투자 등 자사의 이익을 창출하는 데 사용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29일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3653억원의 매출을 신고하고 155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46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유튜브와 구글의 광고 수익, 구글플레이의 인앱결제 수수료 등을 따졌을 때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교수가 구글의 경제효과보고서를 토대로 추산한 지난해 국내 매출은 최대 12조1350억원이다. 실제 신고한 매출의 33배에 가깝다. 이런 경우 구글은 5180억원 가량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매출을 온전하게 신고한 네이버(NAVER)는 지난해 4963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구글은 2020년에도 2201억원의 매출만 보고해 법인세가 97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5조3041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4925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고 카카오는 4조1567억원의 매출로 2409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이 밖에 인앱결제 강제 논란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인앱결제 강제화 금지 법안이 통과됐으나 실효성은 크게 없는 모습이다. 애플과 구글은 아직 이행계획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구글의 경우 외부결제 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26%로 4%포인트 낮췄지만 대부분의 앱 사업자들은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비용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인앱결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수수료 4%포인트 인하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대인 만큼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 들어와 사업을 하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최소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정부나 공정위는 국내 기업이 논란을 일으켰을 경우 빠르게 관련 법이나 제도를 만들어 제재하면서 외국계 기업의 경우 제재를 미루거나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별이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