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14일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서 5% 이상을 취득하며 국민연금 등 캐스팅보트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주주총회 표 대결 과반을 위한 마지노선이었던 7% 확보에는 실패하며 산술적으로는 MBK·영풍 연합의 의지만으로는 이사회 장악이 어렵게 됐다.

관건은 이번 MBK·영풍 연합 공개매수에 과연 국민연금이 참여했는지 여부다. 만약 고려아연 지분 7.5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MBK·영풍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응할 경우 셈법은 복잡해진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은 5.34%로 MBK 연합의 지분율은 이에 따라 장씨 오너일가 보유 지분 33.13%를 더해 38.47%로 올라섰다.

오는 23일까지 진행 예정인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최대 물량 17.5%와 베인캐피탈의 공개매수 물량 2.5% 등 최대 목표치인 20%를 모두 사들이면 MBK 연합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48.02%로 올라선다.

단 이번 공개매수 이후 남은 고려아연의 유통 주식 물량이 이보다 적은 18%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최대 매입 물량을 확보하려면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참전해야 한다.

같은 날 MBK 연합의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들고 있어 이번 분쟁의 핵심 고리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 가격으로 MBK 연합이 제시한 가격(3만원)보다 높은 3만5000원을 제시하면서 참여가 저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사실상 국민연금 등 제3자의 표대결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애초 MBK 연합의 고려아연 단독 과반 의결권 확보 마지노선은 7%였다. 이에 MBK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확실한 의결 정족수인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장내매수, 최 회장 측 우호 지분 설득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고려아연도 쓸 카드가 없진 않다. 남은 변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 규모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공개매수 규모가 커질수록 MBK측의 의결권 지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 규모에 따른 MBK측의 지분율은 최저 39.41%에서 최대 48.02%로 가변적이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참여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더 유리해지는 셈이다.

MBK의 다음 행보는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 이후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고려아연 이사회의 이사진 과반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다. 신규 이사 선임은 보통결의 사항이다. 상법상 의결 정족수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한다. 정관상 이사 수에는 제한이 없다.

고려아연의 이사수는 현재 사외이사를 포함해 13명으로, MBK 연합은 신규 이사를 12명 이상 선임하면 장형진 고문과 함께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

당장 절반 이상 의결권 확보에 실패한 만큼 MBK 측은 법원에 제기한 자사주 매수금지 가처분 신청과 배임 판단 여부에 주력할 전망이다. MBK 측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을 위한 이사회에 현대차 측 이사의 불참 등을 볼 때 결코 법적 리스크가 낮지 않은 결정”이라며 최대한 이사진들을 설득한단 전략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의 편을 들어줄지도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연 국민연금이 법적 분쟁 가능성이 높은 경영권 분쟁건에 의결권을 행사할지 지켜볼 문제”라며 “공개매수 이후 이사회, 법적 분쟁 등 남은 이슈가 워낙 많아 장기전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의 주가는 전날 대비 1000원 하락한 79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법적 리스크 등을 감안해 이번 MBK측 공개매수에 상당수의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면서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 규모도 예상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