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신경세포 치료제를 투여한 파킨슨병 환자들이 1년 만에 배드민턴, 탁구를 칠 정도로 증세가 호전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와 장진우 고대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배아줄기세포유래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치료제를 이식하고 1년 뒤 수술 경과를 관찰한 결과 이 같은 효과를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돼 운동 조절에 문제를 일으키는 퇴행성 질환이다. 병이 진행될수록 걸음이 느려지고 걷는 도중이나 방향을 바꿀 때 발이 땅에 얼어붙듯 순간적으로 멈추는 보행동결 등의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준다. 아직까지 도파민 신경세포를 재생시키거나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을 정지시키는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도파민의 효과를 증진시키는 약물로 증상을 완화하는 게 최선이다. 다만 도파민 약물치료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약효가 줄어들고 부작용이 증가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연구팀은 배아줄기세포를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전구세포’(신경세포로 자라기 전 단계의 세포)로 분화시킨 다음 임상 참여 환자들의 뇌에 주입했다. 이들에게 사용된 세포치료제는 김동욱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가 개발한 것으로 국내 기업 에스바이오메딕스(304360)가 제조·공급을 맡았다. 연구팀은 피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저용량(315만개 세포) 또는 고용량(630만개 세포)을 투여하고 1년만에 각 그룹에서 3명의 경과를 확인했다. 파킨슨병 증상을 심각도에 따라 1~5단계로 구분한 호엔야 척도를 측정한 결과 저용량 투여자는 평균 3.7단계에서 3단계로 평균 19.4% 호전됐다. 고용량 투여자는 3.7단계에서 2단계로 평균 44.4% 호전됐다. 호엔야 척도는 단계가 높을수록 증상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고용량 투여 환자는 중증 파킨슨 상태에서 초기 상태까지 호전됐음을 뜻한다.

객관적 운동수행 능력을 측정하는 파킨슨 평가척도(점수가 높을수록 심각하다는 의미)를 살펴봤을 때도 저용량 투여자는 12.7점, 고용량 투여자는 13점 줄어 각각 22.7%와 25.3% 호전됐다. 보행 동결 부작용은 고용량 투여자 3명 전원과 저용량 투여자 2명 중 1명에서 사라졌다. 1년만에 파킨슨 평가척도가 22점 가소해 40.7%의 호전을 보인 환자도 있었다. 특히 기존에 도파민 약물치료를 받으면서도 약효가 떨어져 걷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환자가 치료 1년 만에 배드민턴과 탁구를 치기 시작하는 등 일상생활이 한층 편리해져 향후 파킨슨병 치료의 게임 체인저로서 가능성을 나타냈다는 게 연구팀의 평가다.

현재까지 12명 중 1명에서 이식 부위와 관련이 없는 주변 부위의 경미한 출혈이 관찰됐는데 특이한 신경학적 이상소견이나 부작용은 없었다. 연구팀은 당초 임상시험계획에 따라 이식 후 2년까지 추적 관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파킨슨병을 오래 앓던 환자가 배드민턴과 산책을 즐기게 된 것은 놀라운 변화”라며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파킨슨병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되찾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By 진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