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지 어느덧 17년이 지났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애플 등 제조사들은 매년 신제품을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매년 출시하는 제품에는 항상 ‘혁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능을 대거 적용한 ‘갤럭시S24’ 시리즈를 출시하며, 스마트폰을 넘어 ‘AI폰’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갤럭시S24 시리즈는 ‘혁신을 위한 혁신’을 넘어, 스마트폰의 본질인 △소통 △사진 △정보탐색에 AI를 적용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이후의 시대인 ‘AI폰’의 시대에도 경쟁력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갤럭시S24 시리즈가 지난달 출시된 가운데, 삼성전자로부터 최상위 라인업인 ‘갤럭시S24 울트라’ 제품을 대여해 일주일 남짓한 기간동안 사용해봤다.

갤럭시S24 시리즈, '손 안의 AI'로 완성하는 '스마트폰'의 본질

갤럭시S24 울트라의 첫 인상은 전작인 ‘갤럭시S23 울트라’와 외관이 거의 유사하다는 점이었다. 2022년 울트라 라인업이 기존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계승하는 대대적인 변화가 있던 것을 고려하면, 3년 연속으로 엇비슷한 디자인이 채택된 셈이다.

그러나 두 제품을 직접 손에 쥐면 변화가 또렷하다. 갤럭시S24 울트라의 경우, 화면이 완전한 평면(플랫) 형태다. 기존 제품이 액정둥글게 마감되는 ‘엣지’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것과 구분된다. 엣지 디스플레이는 바(Bar, 막대)형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의 상징과도 같은 디자인이었다. 측면이 완만하게 마감돼 있어 손에 쥐는 느낌이 좋고, 화면이 꽉 차는 효과를 줬지만, 터치 오작동 문제와 보호 필름 부착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이용자 선호도가 점차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곡률뿐만 아니라 밝기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갤럭시S24 시리즈는 최대 2600니트(nit) 밝기의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전작보다 약 48% 밝아졌다.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가장 밝다. 실제로 전작인 갤럭시S23 울트라 모델과 ‘야간모드’로 찍은 사진을 확대한 뒤, 최대 밝기로 비교한 결과, 갤럭시S24 울트라 모델이 더욱 밝고 선명하게 노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갤럭시S24 시리즈의 가장 큰 변화는 외관이 아니라 AI 기능에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본질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소통 △사진 △정보탐색 등의 기능에 AI를 입혀 사용성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갤럭시S24는 기기 자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의 인프라를 활용해 처리하는 ‘온 디바이스 AI’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외부 통신을 거치지 않고도 다양한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해외여행 등의 상황이나 비행기 탑승 등으로 인해 데이터 사용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도 소통을 돕기 위한 ‘실시간 통역’ 기능도 자연스러웠다. 갤럭시S24 울트라의 AI 통역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와이파이와 모바일 데이터 등의 외부 통신을 차단하는 ‘비행기 모드’를 활성화하고 실시간 통역 기능을 사용해 봤다. 영어 학원에 방문해 6개월짜리 코스를 추천받고 싶다고 한국어로 얘기하자, 곧바로 영어로 번역돼 원어민 강사에게 전달됐다. 원어민 강사가 말한 내용 역시 한국어로 번역돼 나왔다.

다만, 실시간 통역 기능 역시 다소 딱딱한 기계 번역투로 한국어를 번역하거나, 발화 중 발음의 정확도가 떨어지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가령, 미술사 관련 내용의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경험주의·실증주의를 뜻하는 영단어인 ’empiricism’을 ’empresism’으로 받아 적고, 오역을 내놓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미술사 석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지인은 갤럭시S24 시리즈의 번역 성능을 함께 체험하고는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흠잡을 것이 없는 수준”이라며 “번역이 어투나 뉘앙스 등을 상당히 잘 살려서 놀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발화 문장이 길어지거나, 특정 분야에서만 사용되는 전문 용어의 경우, 그 맥락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한계도 보인다”며 “그러나 굉장히 다양한 상황에 의사소통 보조 도구로 활용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갤럭시S24 시리즈의 AI 번역 성능은 향후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미 개발이 끝나 수정이 불가능한 AI 모델이 아니라, 계속 입력되는 데이터를 통해 보완이 가능한 ‘생성형 AI’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갤럭시S24 시리즈 AI 성능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기능은 사진 촬영과 편집이다. 갤럭시S24 시리즈는 AI 기반의 ‘프로비주얼 엔진’을 탑재했다. 갤럭시S24 울트라는 2배, 3배, 5배, 10배 줌을 모두 광학 수준의 고화질로 제공하는 ‘쿼드 텔레 시스템’이 시리즈 최초로 적용됐다.

시청역 인근에 위치한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갤럭시S24 울트라 모델로 서울 시청의 상징인 시계를 찍어봤다. 도보로 10분,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서 100배줌을 하자 시계의 분침과 초침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을 편집하는 데도 생성형 AI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사진 편집 버튼을 누르고, ‘생성형 편집’ 기능을 활성화하면 사진의 기울기, 사물의 배치, 원치 않는 피사체의 삭제까지 가능하다. 삭제된 공간은 따로 비워두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생성해 넣을수도 있다.

갤럭시S24 울트라 모델로 야간에 승용차를 촬영한 뒤, 생성형 편집 기능으로 배치를 옮기고, 특정 사물을 지워봤다. 갤럭시S24 울트라는 잠시 로딩 시간이 지난 뒤, 왼쪽에 있던 빨간 자동차를 오른쪽으로 옮겼고, 원래 자동차가 있던 자리에는 비슷한 모양의 노란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편집된 이미지에는 이미지 그 자체와 메타데이터(속성정보)에 ‘삼별’ 로고가 포함돼 AI 생성을 통해 가공된 이미지임을 알 수 있었다.

By now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