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차량 돌진 참사’가 가해 차량 운전자의 과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가해 차량 운전자는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했는데, 경찰 역시 국과수 판단대로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지난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1일 국과수로부터 시청역 참사 가해 차량에 대한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전반적으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했다”며 “이 내용을 토대로 사고 운전자를 조사하면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68)씨가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과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등을 사고 다음 날인 2일 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식·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차량과 EDR 분석 결과 차씨가 가속페달(액셀)을 90% 이상 밟았다는 취지 등의 감정 결과를 경찰에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과수는 급발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차씨 차량의 브레이크등은 사고 당시 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브레이크등은 급발진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차량 급발진을 막기 위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경우 육안으로 확인되는 브레이크등이 바로 점등되기 때문이다.

참사 현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에는 가해 차량에 미등만 보이고 브레이크등이 지속적으로 들어오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브레이크등이 켜졌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국과수는 이번 감정 결과서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등이 켜져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은 가로등이나 건물의 빛이 반사돼 보이는 난(亂)반사나 플리커(화면 깜빡임) 현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도 CCTV와 블랙박스 등을 교차 분석해 차씨가 역주행하던 당시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국과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차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 청장은 “여러 분석 내용이 있다”며 “운전자(차씨) 진술이 어떻게 나오든 (실체적 진실에 대해서는) 수사할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역주행’ 사고현장에 국화꽃 등 추모 물품들이 놓여져 있다. 이날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시청역 사고 관련 국과수 통보를 받았다”며 “전반적으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이 내용을 토대로 사고 운전자를 조사하면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뉴스1

특히 조 청장은 “(EDR 분석 외에도) 기대하지 않은 부분에서 결정적인 게 몇 가지 나왔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국과수 감정으로 사고 원인이 상당 부분 규명됐다는 취지로 읽힌다.

차씨는 이날 기존에 입원해 있던 서울대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 다시 입원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기간인 2주가 지나 다른 병원으로 옮긴 것이다. 그동안 경찰은 차씨를 상대로 병원에서 두 차례 대면조사를 진행했지만, 차씨가 흉부 통증을 호소하면서 제대로 된 진술을 받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뤄진 조사에서 차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남대문서 관계자는 “이번주 내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려 하고 있지만, 차씨 측이 치료 등의 이유로 거부하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참사 피해자에 대한 모욕성 글을 작성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조 청장은 “현장에 모욕성 글을 놓고 간 분에 대해서는 조사를 마쳤고, 인터넷 댓글 모욕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역주행 사고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쪽지를 남긴 20대 남성과 40대 남성 두 명을 지난 5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해 조사한 바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모욕성 인터넷 게시글 5건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