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상화폐 수도화’를 예고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가운데 관련 업계도 규제 일변도였던 금융당국들을 가상화폐 친화적으로 재편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12명 이상의 가상화폐 업계 리더들과 얘기를 나눠본 결과 많은 가상화폐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 인사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업계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인수팀에 줄을 대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회사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하워드 루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CEO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과 함께 차기 행정부 인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틴 스미스 블록체인협회 CEO는 “많은 업계 인사들이 자신들의 위시리스트를 작성해 다양한 경로로 인수위 등과 접촉하려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대선에서만 1억3500만달러(약 1899억원)가량의 정치 자금을 쏟아부으며 트럼프 당선인을 지원한 가상화폐 업계의 최우선 과제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재편이다. 업계는 개리 겐슬러 위원장이 이끄는 현 SEC가 그동안 처벌 위주의 정책을 밀어붙인 탓에 한때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가 붕괴하는 등 업계 성장판이 닫혔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스스로 ‘가상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만큼 업계는 가상화폐 친화적인 인물이 차기 SEC 수장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SEC 위원장 후보로는 댄 갤러거 로빈후드 최고법률책임자(CLO)와 크리스 지안카를로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른 상태다.
로빈후드는 가상화폐와 주식 등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SEC 위원 출신인 갤러거 CLO는 과거 SEC의 규제 방식을 두고 가상화폐 업계를 “초토화”하는 방법이라고 비판하며 가상화폐를 증권이 아닌 별개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안카를로 전 위원장 역시 “나는 가상화폐 시장을 위한 미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친화적 행보를 보인 인물이다.
이 밖에 헤스트 피어스 현 SEC 위원도 거론된다. 암스트롱 CEO가 피어스 위원을 새 SEC 위원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피어스 위원은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과 함께 임시 SEC 위원장을 꿰찰 인물로 여겨진다”며 “향후 가상화폐 정책에 대한 연방 태스크포스를 이끌게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갈링하우스 CEO는 전직 바이낸스 미국법인 CEO 브라이언 브룩스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트레이드’의 일환으로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는 비트코인은 이날 9만3000달러 선을 넘어선 뒤 반락했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과 더불어 둔화세를 멈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 7시17분 코인베이스에서 전일 대비 2.7%가량 오른 9만135달러 선에서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