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2일 ‘목발 경품’(정봉주) ‘집단 강간 변호’(조수진) 논란으로 후보가 연속 낙마한 서울 강북을에 친이재명계 한민수(55) 대변인을 전략 공천했다. 민주당은 이날 새벽 조 후보가 사퇴하자 1·2차 경선 본선 차점자였던 비명 현역 박용진 의원이 후보직을 승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강북을 경선 예선에서 탈락했던 친명인 한 대변인에게 공천장을 줬다.
이재명 대표는 조수진 후보가 과거 성범죄를 변호하며 2차 가해를 했다는 논란이 확산되는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의 해괴한 후보들에 더 관심을 가지길 부탁드린다”며 공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녹색정의당과 여성계 등 야권 전반에서 “공천을 철회하라”는 반발이 이어졌고 당내에서도 ‘수도권 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21일 심야까지 수도권 선거가 조수진 후보 논란으로 망가질 수 있다는 보고가 이재명 대표에게 올라갔다”고 했다. 당내에선 ‘집단 강간’ ‘초등생 성폭행’ 등이 거론된 이번 논란이 2020년 총선 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궤멸적 패배를 안긴각종 막말급 악재로 번질 가능성도 우려했다. 낙하산 공천 논란의 안귀령 후보가 공천된 도봉갑 등 강북·도봉 벨트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도 올라갔다고 한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결단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고, 조수진 후보는 이날 새벽 0시 46분쯤 “제가 완주한다면 선거 기간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바라는 눈높이와는 달랐던 것 같다”고 했다. 이종섭·황상무 논란으로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유리해진 상황에서 자신이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과거 성범죄 변호 논란에 대해선 “의뢰인에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사과는 없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충남 서산 유세에서 조 후보 사퇴를 두고 “변호사의 역할은 범죄자를 변호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 ‘과하다, 지나치다, 변호사가 아닌 공직자라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그 뜻을 존중하는 게 맞다”고 했다.
민주당은 14일 정봉주 후보 공천 취소에 이어 8일 만에 자당이 공천한 후보자 두 사람이 낙마했음에도 대국민 사과·유감 표명은 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는 “조 후보님의 사퇴가 안타깝다”고 했다. “사전 검증 절차 과정에서 변호 이력을 검증하지 못한 건 사실”(권혁기 선대위 상근부실장)이라면서도 공식 사과는 하지 않은 것이다. 민변 여성인권위는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내용의 변론은 우리 위원회가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와 어긋난다”고 했다.
이어 “친명을 제가 봐주려고 했으면 어디 단수·전략 공천 하든지 경선 기회라도 줬겠지 지금까지 그걸 빼놓고 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겨우 기사회생해서 지옥에서 돌아와 공천을 받았는데 이제 친명이라고 하느냐”며 “박용진 의원은 두 번의 (경선) 기회를 가졌지만, 한 후보는 당에 오랫동안 명예도 보수도 없이 헌신해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