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기업ㆍ부자 증세 및 사회안전망 확충을 골자로 한 2025 회계연도 예산 제안서를 11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과 서민 표심을 겨냥한 예산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하원 다수당을 점한 공화당이 부자증세에 반대하기 때문에 ‘바이든표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바이든이 이날 공개한 7조3000억 달러(약 9580조 원) 규모의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예산안은 지난 7일 국정연설 때 밝힌 부자 증세 방침이 구체화됐다. 예산안에는 대기업의 법인세 최저 세율을 현행 15%에서 21%로 올리고 자산 1억 달러(약 1310억 원) 이상 억만장자에게는 연 25% 정도 자산세 명목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10년간 세금을 현행보다 7% 이상인 4조9000억 달러(약 6430조 원)를 더 걷고 재정 적자는 3조 달러(약 3930조 원)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재정적자 감소는 부유한 개인과 대기업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부유층ㆍ대기업 세금감면 더 필요한가”이 예산안엔 중산층 대상의 감세 방안이 담겼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중산층 부담을 덜기 위해 향후 2년간 월 400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이다. 대기업과 부유층 증세로 ‘재정 절벽’에 대비하고 중산층ㆍ저소득층과의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 행사에서 “부유층과 대기업에 2조 달러 세금 감면이 더 필요하다고 보느냐”며 “그(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연방 상ㆍ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출한 제안서를 참고하는데, 구체적 예산 규모는 의회 내 12개 예산 분과위원회가 수개월의 토론 끝에 책정한다. 2025 회계연도 개시일인 오는 10월 1일까지 통과시켜야 하지만 이 시한이 지켜진 것은 극히 드물다.
더구나 대기업ㆍ부자 증세 방안에 하원 다수당을 점한 공화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커, 예산안 원안대로 채택될 가능성은 작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무분별한 지출에 대한 끝없는 욕심”이라며 “재정 책임을 무시하는 행위이고 미국의 쇠퇴를 가속화하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국방예산안 1170조…중국 위협 대비 강화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8950억 달러(약 1170조 원) 규모의 2025 회계연도 국방예산안도 의회에 제출했다. 이는 2024 회계연도 8860억 달러(약 1160조 원)보다 1% 증가한 수치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 예산 규모는 줄어든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국방부 예산안에는 대만을 위한 ‘대통령 사용 권한’(PDA)용 예산 5억 달러(약 6560억 원)가 처음 포함됐다. PDA는 대통령이 별도의 의회 허가 없이 미군이 가진 군 물자를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때 PDA 방식을 써서 신속한 지원이 가능했었다.
이밖에 ▶3대 핵전력 현대화 492억 달러(약 64조5060억 원) ▶미사일 방어 능력 강화 284억 달러(약 37조2350억 원) ▶우주역량 강화 337억 달러(약 44조1840억 원) ▶우크라이나 안보지원 이니셔티브 3억 달러(약 3930억 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분담금 6억2560만 달러(약 8190억 원) 등이 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