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하원 의회가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퇴출 법안을 처리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특정 기업의 미국 내 활동을 금지하는 이례적인 조치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초당적으로 대중국 강경 대응 움직임을 보인 것이어서 미·중 갈등이 재점화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美하원 트럼프가 반대한 ‘틱톡 퇴출’ 법안 처리…미·중 갈등 재점화 우려

미 하원은 13일(현지시간) ‘외국의 적이 통제하는 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안’을 찬성 352표, 반대 65표로 가결했다. 여야 대부분이 초당적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번 법안은 하원 중국특위의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간사가 지난 5일 공동 발의했다. 일주일 만에 하원 본회의 절차까지 마칠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틱톡 금지 법안에 반대했지만, 공화당 의원 19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선거가 있는 해에 중국을 정면 겨냥한 법안이 광범위한 지지로 일방적으로 통과됐다”고 평가했다.

법안은 미국에서 중국 등 적대국이 통제하는 앱의 배포, 유지, 업데이트를 불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갤러거 위원장은 중국의 바이트댄스와 틱톡 등 자회사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법안이 발효되면 바이트댄스는 6개월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글이나 애플 등은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한다.

갤러거 위원장은 “틱톡이 중국 공산당과 헤어지도록 강요한 것”이라며 “이는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상식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은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에 예속됐고, 이에 따라 틱톡 사용자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최근 미 정보기관은 관련 상임위인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를 상대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의원들에게 “이번 임기가 끝나기 전 마지막으로 틱톡을 금지하는 행동을 해달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틱톡에서 퍼지고 있는 가짜 뉴스 등도 역할을 했다. 실제 지난해에는 9·11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작성한 ‘미국에 보내는 편지’가 틱톡을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이들을 옹호하는 영상도 퍼졌다.

크리슈나무르티 간사는 “틱톡은 다른 SNS 플랫폼보다 (극단적인) 콘텐츠가 많다”며 “하마스 공격 관련 내용을 포함해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틱톡 금지 법안은 미·중이 관계 안정화를 위해 벌인 그간의 노력도 훼손할 우려가 크다. 당장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공정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때 횡포를 부리는 것”이라며 “투자 환경에 대한 국제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고, 국제 경제 및 무역 질서를 파괴해 궁극적으로 미국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NYT는 “법안이 제정되면 태양광 패널, 전기 자동차, 반도체 등 많은 중요한 기술에 대한 통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냉전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틱톡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상원이 사실을 고려하고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1억7000만 명의 미국인과 700만 명의 소상공인, 그리고 경제에 미칠 영향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위헌 소송 등에 직면할 수 있다. 맥스웰 프로스트 민주당 의원은 “나는 이 법안에 절대 반대”라며 “표현의 자유 등 수정헌법 1조 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