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허리케인 ‘밀턴’이 미국 플로리다주에 상륙한 지 3시간 만에 세력이 1급으로 약화했으나 사상자가 발생하고 280만 가구가 정전되는 등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밀턴은 10일 오전 3시(현지시간) 기준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서남쪽으로 약 35km 떨어진 오스체올라 카운티 인근을 지나고 있다. 최대 풍속은 시속 150㎞로 떨어져 가장 낮은 1급 허리케인으로 조정됐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밀턴이 9일 저녁 8시30분 플로리다 서부 새로소타 카운티의 시에스타 키 해안에 상륙했다고 발표했다. 상륙 전 가장 높은 5급 허리케인이던 밀턴은 점점 기세가 약해져 상륙 당시에는 최대 풍속 시속 195㎞인 3급으로 조정됐다. 이어 밤 11시에는 최대 풍속이 시속 165㎞로 감소해 2급으로, 자정을 넘겨서는 1급으로 떨어졌다.

허리케인 세력이 약해지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허리케인 경로를 따라 피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밀턴이 최소 19건의 토네이도를 일으켜 이동식 주택을 포함한 주택 125채가 파괴되는 등 여러 카운티가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그는 “너무 위험하므로 대피소에서 웅크리고 있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토네이도로 인해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는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이 무너지고,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장인 트로피카나 필드의 지붕이 부분적으로 찢어지는 피해도 발생했다. 대서양 연안 포트 피어스 은퇴자 마을에서는 토네이도로 최소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전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밀턴이 상륙한 지 약 5시간여 만에 280만 가구와 사업체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밀턴이 상륙한 시에스타 키 인근 새로소타, 마나티, 피넬라스 카운티 등에서는 80% 이상, 플로리다 중부 하디 카운티에서는 97% 넘는 가구가 정전을 겪고 있다. 밀턴으로 인한 강풍이 플로리다 동부 해안을 향해 불면서 정전 피해 가구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우로 인한 폭발성 홍수도 발생했다. 밀턴이 지나간 탬파, 세인트피터즈버그, 클리어워터 등 탬파만 지역에는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세인트피터즈버그에는 9일에만 465㎜의 비가 내렸다. 세인트피터즈버그에는 수도관이 파손돼 도시 전체 수도 서비스 공급이 중단됐다.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 탬파만 지역에는 단 몇 시간 만에 5개월 치 폭우가 쏟아지며 예보를 뛰어넘는 강수량을 기록했다. 다만 앞서 예보됐던 4.5m 높이 폭풍해일 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CNN 탬파 특파원은 “허리케인에서 물 벽이 떨어지는 장면은 처음 본다”며 “밤에 잦아들었던 바람과 비가 다시 거세지고 있으니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밀턴 상륙에 앞서 플로리다의 총 67개 카운티 중 15개 카운티에서는 의무적인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 중에는 연안 저지대 지역인 탬파 대도시권에 사는 주민 310만명이 포함됐다.

밀턴은 플로리다 동부 해안을 향해 시속 26㎞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올랜도 전역에 심한 비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밀턴 중심부는 이날 해가 뜨기 전 동해안으로 이동할 예정이며 오전에는 비바람이 점차 잦아들 전망이다. 플로리다주 당국은 이날 날이 밝은 뒤 밀턴으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집계할 계획이다.

한편 플로리다주는 지난달 26일에도 초강력 허리케인 ‘헐린’이 상륙해 광범위한 피해를 봤다. 헐린은 플로리다, 조지아,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 등 6개 주를 휩쓸었다. 사망자 최소 230명, 재산 피해는 30억달러(약 4조320억원) 이상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