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이라는 이스라엘 방공망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보낸 무인기(드론)에 또다시 뚫렸습니다. 방공망이 미사일·전투기를 막는 용도로 구축된 탓입니다. 우리나라 영공도 북한이 보낸 드론에 길을 내준 바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의 최대 항구도시 하이파에서 남쪽으로 33㎞ 떨어진 소도시 빈야미나에 있는 군기지 식당에 헤즈볼라 자폭 드론이 떨어져 병사 4명이 죽고 61명이 다쳤습니다.
레바논에서는 드론 3기가 동시에 발사됐었습니다. 2기는 각각 이스라엘 해군과 아이언돔 방공망에 요격됐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1기는 레이더에서 사라졌고, 이스라엘 고속도로를 따라 30분간 비행한 뒤 기지를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스라엘은 70㎞ 이내 거리에서 로켓포탄과 박격포탄 등을 추적해 단거리 미사일로 요격하는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을 사용합니다. 그동안 90%가 넘는 높은 요격률을 자랑했습니다.
아이언돔 외에도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방어용 중거리 패트리엇 방공포대 ▷미국과 공동 개발한 성층권 탄도미사일 요격용 ‘애로’(Arrow) 미사일 ▷최신 전술 탄도미사일 ▷전술 순항미사일 ▷장거리 대구경 로켓 ▷무인전투기와 폭격기 요격용 중장거리 방공시스템인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 등 다층 방공망을 갖췄습니다.
완벽한 방패는 없는 법입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대이스라엘 기습작전을 시작하면서 쏟아부은 5000여 발의 로켓 공세에 취약성을 드러냈습니다. 중과부적(衆寡不敵). 이른바 ‘쪽수’에 밀린 셈입니다.
‘신무기’인 드론에도 계속 뚫립니다. 지난 7월 민간인 사망자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예멘 후티 반군의 텔아비브 아파트 공격, 지난주 헤즈볼라의 텔아비브 북부 양로원 건물 타격 등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해 초엔 헤즈볼라가 무인기로 이스라엘 최대 항구도시인 하이파의 전경을 촬영해 공개하면서 이스라엘 당국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는 소문도 공공연하게 떠돕니다.
이스라엘 등 각국에 구축된 방공 시스템은 주로 일반적인 전투기와 미사일로부터 영공을 방어하도록 구축됐습니다. 소재와 속도, 열 등을 레이더로 탐지해 요격합니다.
드론은 전투기·미사일과 비교해 금속 재료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저속으로 비행하며 열도 적게 발산합니다. 이 때문에 로켓이나 미사일보다 레이더에 잡힐 확률이 낮습니다.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이란제 드론인 ‘세 107’ 모델 등도 탄소섬유 소재로 만들어진 데다 저공비행을 하기 때문에,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고 위성항법장치(GPS) 유도 신호 교란에도 좀처럼 당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군도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발발 후 자국을 향해 외부에서 날아온 1200여 기의 드론 중에 20%에 해당하는 221기는 이스라엘 영토로 들어왔다면서 방공망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우리나라 방공망도 드론에 취약합니다.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가 침투시킨 군용 무인기가 5시간 동안 수도권 영공을 휘젓고 다닌 일이 있습니다. 무인기 중 한 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상공 비행금지 구역마저 침범했습니다. 당시 공개된 드론은 장난감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조악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이 드론 공격에 대응할 역량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후 국방부는 드론작전사령부를 만드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재미를 본(?) 북한도 드론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 북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개발 중인 자폭 드론 타격시험을 현지지도하는 모습을 공개했는데, 지난해 러시아 측으로부터 선물 받은 자폭형 드론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수출을 염두에 두고 생산에 주력한다는 진단도 나온 만큼 조만간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성능 시험을 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때 우리는 영공을 얼마나 잘 지킬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됩니다.